(2013 세제개편)연봉 3450만원이 '중산층?'..현실은 2배

입맛에 맞는 통계만 내세워 정당화 유도
삼성경제연구소 설문결과 연간소득 7000만원 돼야 중산층

입력 : 2013-08-08 오후 1:3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올해 세제개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근로자들의 세금부담이 달라지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다.
 
정부는 소득공제 제도가 고소득층일수록 많은 혜택을 보는 소득 역진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세액공제로 전환해서 과세형평을 도모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준을 살펴보면 사실상 중산층 이하의 세부담도 증가한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총소득이 약 3450만원 이상인 근로자는 이번 세액공제 전환으로 종전보다 세금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들은 본인의 경제생활 환경에 따라 연말정산 환급액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중산층은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판단했는데 약 3450만원 이상의 소득자가 세금부담이 늘어나는데 이들에게 1조3000억원을 더 거두고, 여기에 4000억원을 더 보태어 1조7000억원을 서민층에게 준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부담이 증가하는 3450만원을 중위소득, 즉 중산층이라고 본 것인데, 이 중산층의 개념이 실제와 괴리가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중산층 판단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준을 따르고 있는데, 중위소득의 50% 미만은 빈곤층, 50~150%까지는 중산층, 150% 초과자는 상류층으로 보는 기준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연소득 2100만원~6300만원 사이의 소득을 가진 경우가 해당된다.
 
그러나 국민들의 체감 중산층의 기준은 많이 다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인가족이 중산층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연간 소득은 700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4.1%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26.5%), 1억원 이상(21.4%)이 뒤를 이었다. 최소 연소득 5000만원은 넘어야 중산층으로 살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산층의 판단기준이 되는 국가통계도 불명확하다.
 
2011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한 개인의 평균소득은 2761만원으로 같은 기간 통계청이 조사한 평균 개인소득 3350만원보다 589만원이 적다.
 
소득자를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뜻하는 중위소득 역시 국세청 기준은 1688만원이지만 통계청 기준은 3150만원이다.
 
특히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통계청이 1억2169만원으로 보는 반면, 국세청은 3억8120만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함께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서도 다소 무리한 통계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2010년 기준 19.3%에 불과한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다른 나라들보다 낮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본(16.3%), 싱가포르(13.1%), 홍콩(13.9%), 대만(11.9%), 중국(18.25), 인도(16.5%)의 통계를 제시했는데 사실상 우리보다 낮은 곳만 찾아서 모아 놓은 통계다.
 
실제로 OECD평균 조세부담률은 24.6%로 우리보다 4%포인트 가량 높은 상황이고, 복지선진국이 모여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조세부담률이 36.3%에 달하며, 영국(28.35), 프랑스(26.3%) 등도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조세부담율로 복지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5년 뒤에서야 고작 21%의 조세부담률을 제시했다. 이는 5년전 노무현 정부 말기의 조세부담률과 같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 비교에서 싱가포르나 홍콩, 인도, 중국등과 비교한 정부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부분에서 증세가 필요하다는 근거로는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선진국가들의 세율을 본보기로 제시했다.
 
덴마크와 스웨덴 등은 부가가치세율이 25%로 10%인 우리나라의 2.5배에 달하고, OECD평균도 18.7%로 우리보다 높다.
 
기획재정부는 직접적인 증세가 아닌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1%로 조정하고, 조세구조는 소득세와 소비세의 과세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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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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