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성동조선과 SPP조선 등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최근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분기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2분기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73%로 직전분기말 1.46% 대비 0.2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1년 6월말(1.73%) 이후 최고치다.
2분기 부실채권 규모는 24조9000억원으로 직전분기말 20조5000억원보다 4조4000억원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기업여신 부실채권 규모가 2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분기말 16조7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계 및 신용카드 부문의 부실채권은 각각 3조5000억원과 200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소폭 감소했다.
2분기 중 발생한 신규부실 규모는 10조7000억원으로 기업여신에서 발생한 신규부실이 전체의 87.6%(9조4000억원)를 차지했다. 기업여신 신규부실은 직전분기(4조2000억원)과 비교했을때 두배 이상 늘었다. 기업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은 2.22%로 직전분기말 1.79%보다 0.4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기간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6조3000억원으로 직전분기(3조7000억원)보다는 증가했으나 전년동기(7조원)보다는 감소했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급등한 것은 조선업의 업황부진 및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대기업 대출에서 부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2분기중 조선업에서 고정이하로 신규 분류된 여신은 3조원으로 조선업의 부실채권비율은 1.83%에서 6.86%로 급등했다. 조선업 여신이 많은 우리은행의 경우 부실채권비율이 2.9%를 기록하며 직전분기(1.98%)보다 1%포인트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로 성동조선과 SPP조선, 대선조선 등의 여신이 영향을 끼쳤다"며 "STX그룹 여신의 경우에는 고정이하로 분류된 일부 여신만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가지로 나눈다. 이 가운데 고정이하로 분류된 여신에 대해서는 20%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최근 금감원이 자율협약에 돌입한 기업여신의 분류기준을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함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STX 여신을 고정이하가 아닌 요주의로 분류한 바 있다.
금감원은 부실채권비율이 조선업종 등의 잠재부실 현실화 요인을 제거할 경우 전년동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미국(3.41%)이나 일본(2.4%)보다도 낮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최근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STX그룹 여신이 추가적으로 고정이하로 분류될 경우 충당금을 추가적립할 여력이 부족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금감원은 부실채권을 보다 정확히 포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엄격한 건전성 분류기준을 적용하고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미 부실로 인식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기매각 및 상각을 유도해 손실흡수능력을 향상시켜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