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무원의 수뢰죄와 같은 수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특경가법 해당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모 신탁운용에서 근무하던 중 수익배당에 관해 업무상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금융기관 직원을 공무원과 같이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경가법 5조 4항 1호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금융기관은 국민경제와 국민생활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그러한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대해 그 집행의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익”이라며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관련 수재 등 행위를 공무원의 수뢰죄와 같은 수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한 것에는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1억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작량감경은 할 수 있으되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입법적 결단으로 법관의 양형결정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이진성·안창호 재판관은 “공공성이 강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의 경우, 법정형이 낮고, 수수액에 따른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범죄구성요건으로 ‘부정한 청탁’이라는 가중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점에 비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의견을 냈다.
A씨는 모 신탁운용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산을 운용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환원해주는 업무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 2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 재판 중에 자신에 대한 처벌근거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2011년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으나 결국 형이 확정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헌법재판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