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재원
SK(003600)그룹 부회장은 항소심 선고를 불과 10일여 앞두고 왜 대만행을 택했을까. 그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SK그룹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SK해운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된 지난달 31일 최재원 SK 부회장 등 임직원이 현지에 체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부회장 등의 출입국 관련 기록을 확인한 검찰은 최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에 '김씨의 체포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최 부회장이 언제 대만에 도착했는지, 김 전 고문이 이민법 위반 혐의로 대만 경찰에 의해 체포되기 직전 SK 측 일행과 만났는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
김 전 고문이 체포되기 직전 최 부회장 등을 만나 향후 진행될 재판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합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 세간에 제기된 'SK 기획입국설'이 주목받게 된다.
최 부회장이 항소심 재판 도중 여러 번 다녀왔다는 사실도 드러났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한 달에 한두 번씩 대만에 가서 김 전 고문을 만났다. 재판에 출석하도록 설득 중"이라고 해명해 왔다.
최 부회장이 김 전 고문을 만나러 대만에 간 자체는 가능할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가 체포되던 당일 최 부회장이 대만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의견서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사실관계나 입증된 부분에 대한 판단의 문제일 수 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검찰로서는 세간에 제기된 '기획입국설'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 것으로 비춰진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서를 검토한 이후 선고 연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판부에 접수된 '제출서류 내역'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된 지난달 31일과 지난 5일과 6일에 걸쳐 총 4번의 의견서를 지금까지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다.
따라서 법원 안팎에서는 일단 선고기일을 연기한 다음, 기일 내에 증인채택이 가능할지 여부 등 상황을 지켜보자는 게 재판부의 판단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고문의 체포과정에 의혹을 제시한 검찰의 의견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재판부가 김 전 고문의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굳이 김 전 고문의 증인신문 말고도, 지난달 31일경 대만에 체류한 장본인인 최 부회장을 법정에 불러 상황을 설명하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재판부는 일단 선고를 연기한 상태다.
'기획입국설'이 사실이 아닐 경우, 김 전 고문의 진술이 무조건 최 회장에게 유리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사기당했다'고 주장하는 최 회장의 무죄를 입증해줄 가능성과 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 최 회장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이 지켜질지, 아니면 다시 변론이 재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