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제약업계가 모처럼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상위 제약사들의 실적 개선에 글로벌 시장 진출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나름 자신감도 커졌다. 여기에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지원 5계년 계획’ 발표가 더해지면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리베이트, 약가인하 등 악재와 갈등을 딛고 모처럼 호재를 접한 제약계 표정이다.
지난 7일
한미약품(128940)의 ‘에소메졸(역류성식도염치료제)’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는 국내 개량신약 사상 처음으로, 특히 거대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특허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약품은 특허소송 비용으로만 약 6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6조원의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개량신약은 상대적으로 개발비가 적게 들고 짧은 시간 안에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활용할 만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LG생명과학이 현재 FDA에 신청한 서방형인성장호르몬 ‘디클라제’ 제품. 현재 미국 임상 3상을 완료한 상태다.
LG생명과학은 서방형인성장호르몬 ‘디클라제(왜소증)’ 품목허가를 대기 중이다. 이 치료제는 현재 미국 임상3상이 모두 완료된 상태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하반기에 품목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라며 “내년 초 쯤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2개 품목을 허가 대기하고 있다. 국산토종신약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와 슈퍼항생제 ‘테디졸리드’다. 이들 제품 역시 미국 임상3상을 모두 마친 상태다.
이밖에도 녹십자 ‘IVIG(면역글로불린)’와 대웅제약 ‘메로페넴(카바페넴계 항생제)’이 FDA 허가를 앞두고 있어 올해 제약업계는 ‘세계시장 진입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현재 정부의 지원정책은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라며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약산업을 규제정책에서 육성정책으로 전환해 달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1980년대 정부 차원에서 육성정책을 펼친 결과,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탄생했다"며 "R&D 부문에서 최소 30년 정도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이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정권교체 때마다) 매번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도 뒤로는 업계의 민감한 부분인 리베이트 문제를 끊임없이 파헤치고 있다”며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업계를 조정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물론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제약계가 먼저 리베이트 문제를 척결하고, 정부에 지원정책을 요구해야 한다”며 “이제 관행(리베이트)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R&D에 집중하는 기업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