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박근혜정부가 8일 공개한 '2013 세법개정안'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5년 조세정책의 방향타로 이번 세법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 세제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 담겼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증세없는 복지확대'를 천명해온 정부가 결과적으로 서민층에만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높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신 부담을 지우고 궁극적으론 직접증세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을 내놓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세제지원하다 비정규직 천국될라
참여연대는 8일 논평에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확대'가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자신 있게 국정과제와 지역공약 실현을 위한 가계부까지 이례적으로 발표해 왔지만 막상 그 실현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첫 세법개정안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과세형평성 제고와 세입기반 확충 공약 실현을 위해 제시한 방안이 미흡한 점", "법인소득에 대해서 여전히 감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이번 세법 개정안의 문제로 꼽았다.
특히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해 시간제 일자리를 지원할 경우 자칫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할 우려가 크고, 경제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하겠다는 부분은 조세형평성을 크게 훼손하는 문제로 직결된다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세제의 기본목표가 조세형평성 제고와 경제양극화 해소인데 이번 세법개정안은 국정과제 지원에 밀려 조세형평성 제고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그 사례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 세제지원 확대'를 꼽은 뒤 "전문가들이 무리한 목표라고 단언하자 박근혜정부는 고용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나쁜 일자리, 즉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제안했고 세제가 이를 지원하는 형국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고소득자에게 사실상 세부담이 좀 더 많이 가도록 한다는 큰 틀에서 긍정적이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부적 내용을 살펴보면 세액공제 전환이 오히려 중산층 이하 서민들 세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세없는 복지가 어떻게 가능해?..이참에 사회복지세 도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4개 복지관련 시민단체는 아예 가칭 '사회복지세' 도입을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정부는 재정이 부족하다며 국민과 약속한 복지공약까지 임의로 파기하면서도 정작 재정 마련을 위한 절박함은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조세부담률 목표를 2012년 20.2%에서 2017년 고작 21%로 올려잡은 것이나 이번 세법개정안 어디에도 세율 인상, 세목 신설을 포함하는 직접증세가 없는 점 등이 "현행 빈약한 조세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선언"과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이런 소극적 조세정책으로는 복지재정을 마련할 수 없다"며 기존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누진도를 가진 직접세에 추가로 부가되는 세금으로 복지재정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이 이날 세법개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후 현안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 첫 세제개편은 "한마디로 '부족한 세수를 서민에게서 채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금년에 일몰 도래하는 44개 비과세 감면 항목 중에서 단지 14개에 대해서만 폐지하고,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혜택을 줄이겠다던 공약이 하늘로 사라졌다. 카드공제 폐지는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금 경제를 부추겨 지하경제가 오히려 더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에 특혜가 편중되는 비과세 감면 제도를 폐지하고 최저한세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