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현대차 노조, '함께 살자'는 정신이 중요하다

입력 : 2013-08-11 오전 10:28:02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 8일.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최병승씨와 사무국장 천의봉씨가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앞 송전탑 농성을 풀었다. 지난해 10월17일 고공철탑에 올라간 지 정확히 296일 만이다.
 
이들은 1년 가까이 살이 에이는 듯한 혹한에 맞섰고,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철탑을 지켜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이 됐다.
 
최병승씨는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의 벽이 굉장히, 참 높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정리하려고 하니 슬프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눈에 맺힌 눈물 속에는 자책이 배여 있었다.
 
현대차가 대법원으로부터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불법 판결을 받았음에도 해결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억울함과 환멸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이 와중에 지난 6일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을 재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올해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을 살펴보면 ▲기본급 13만498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기(2012년) 순이익의 30% 조합원(사내협력사 직원) 성과급 지급 ▲조합원 정년 만 61세 보장 ▲차량 D/C 최대 35% 확대 ▲통상임금 750%에서 800%로 인상 ▲5년 이상 근속자 퇴직금 누진제 적용 ▲1년 이상 근속 조합원 자녀에 대해 중·고등·대학교 전자녀 임학금 및 등록금 전액 지원 ▲대학 미진학 자녀 1000만원 지급 신설 등이다.
 
◇2013년 현대차 노조 임단협 요구안.(자료제공=현대차)
 
최근 CEO스코어에 따르면 '강성 노조'로 유명한 현대차와 기아차 직원의 지난해 기준 평균 연봉은 9000만원을 돌파해 1억원대에 육박했다.
 
정유화학과 금융업 종사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고액 연봉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고 있다. 그것도 주말특근에 야간작업까지 해야 이 수준이 된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이 붕괴되면서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했고, 줄도산하는 자영업자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값과 물가는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물론 임단협은 노조의 고유 권한으로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측에 요구하는 정당한 행위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서민들은 현대·기아차(000270) 노조의 임단협을 지켜보면서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뒷돈(?)을 주고서라도 정규직 기득권에 소속돼야 하는 이유다.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을 보면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만인은 평등하다는 논리지만, 현대차에선 먼나라 이야기다.
 
같은 시간, 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일을 하지만, 현대차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계급이 존재한다.
 
비정규직은 목숨을 내걸고 철탑 농성을 하며 정규직에 향한 작은 불씨를 살려보려 하지만, 정규직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살을 찌우기 위해 더 많은 꿀을 찾아 나설 뿐이다.
 
'함께 살자'는 노동운동의 기본정신은 오간데 없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노조 한쪽에선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사측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떠넘긴다. 맞는 말이다.
 
분명 현대차가 의지를 가지고 접근했다면 보다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자면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첫단추는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국내 생산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해외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대규모 고용창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규직 노조의 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도 동시에 이뤄질 수 없는 구조로 이미 변해 버렸다.
 
일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의 고용 안전판'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언제든 입장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닌 우리'라는 공생 프레임을 통해 다양한 해법 마련에 나서고, 이를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긍정적 결과물을 도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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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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