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 "농협은행입니다 고객님. 신용대출 이자가 연체됐습니다."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은 최 모씨(34)는 연체 이틀만에 은행으로부터 이자상환 재촉 전화를 받았다. 해외 출장 기간에 상환 날짜를 잊은 탓이다.
#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허모씨(56)도 마찬가지다. 10년째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꼬박 내 왔는데 단 하루 연체됐다고 이자를 재촉하는 은행이 야속했다. 이들은 "우리 가족이 장기 우수고객인데 하루이틀 빚 연체에는 소용이 없구나 싶었다"고 씁쓸해 했다.
농협은행 등 은행권이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루 이틀이라도 연체 조짐이 보이면 가차 없이 상환 촉구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객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외민원보고를 강화하기도 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전분기 말보다 0.27%포인트 상승한 1.7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6월말(1.7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중 농협은행은 우리은행과 KDB산업은행과 함께 부실채권비율이 2%이상으로 나타나 부실채권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실채권 비율은 총 여신중 고정이하여신(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의 비율을 말한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신용평가를 실시하고, 미래의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히 악화될 것으로 판단되면 정상채권이라도 고정이하여신에 편입시킬 수 있다.
이같이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이 전방위로 빚 생활자 압박에 나서고 있다. 조금이라도 연체의 조짐이 보이면 가차 없이 원리금 상환 촉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체자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자영업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요즘에는 이자 납입일을 하루만 늦어도 은행에서 전화가 온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민원 건수 줄이기에도 고심이 깊다. 금감원이 2008~2012년 처리한 민원을 금융사별로 조사해 1~5등급으로 평가한 결과, 농협은행은 4년 연속 4~5등급을 받았다.
등급이 낮다는 것은 민원건수가 많고 민원해결 노력도 부족했다는 의미다. 민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농협은 민원 건수 줄이기에 전력이다. 대표적으로는 영업점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한다.
방문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통해 영업점 서비스 평가를 받으면 그 결과를 영업점의 실적에 반영한다. 금감원 등 외부기관에 민원이 접수되기 전에 본점 차원에서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농협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한 고객은 "코스피에 연동하는 정기예금을 물어보니 상품 브로셔만 한묶음 주더라"며 "은행직원이 '이따가 지점 평가 전화오면 잘 얘기해달라'던데, 민원 발생 요인부터 차단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