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바닥 탈출?..제품가 일제히 반등

성수기·경기회복·수급조절 '3박자'..업계 "아직 체감할 수준 아냐" 신중론

입력 : 2013-08-09 오후 4:21:2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석유화학 주요제품 가격이 일제히 반등하며 하반기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가격이 지난 2분기 대비 5%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합성고무의 원료인 부타디엔 업체들이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 조절에 나서면서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세계 경기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지표가 점차 살아나면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 회복도 점쳐지는 상황.
 
9일 업계에 따르면, 에틸렌은 8월 들어 톤당 가격이 122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분기 평균가격인 1159달러 대비 5.26% 상승한 수치다. 에틸렌은 지난 5월 평균가격이 톤당 1133달러대로 추락한 뒤 석달간 1200달러 이하를 밑돌았다. 
 
그러다 8월 계절적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에틸렌 계열의 합성수지 제품인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은 8월 들어 1545달러를 기록, 2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LDPE는 2011년 1700달러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급기야 지난 4월에는 1361달러로 급락하며 바닥을 확인해야 했다. 그러다 6월 중순부터 1489달러대로 올라서며 8월 현재까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LDPE 가격 반등이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 덕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7월 태국의 국영 석유회사 PTT가 기술적 문제로 30만톤 규모의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으로 수출되던 중동산 LDPE가 유럽으로 방향을 틀면서 유입량이 현격히 축소됐다. 특히 PTT는 오는 10월까지 LDPE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성수기 내내 동북아시아 지역의 LDPE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부타디엔의 톤(t)당 가격도 8월 들어 1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부타디엔 가격은 올 1분기 1830달러대에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급기야 지난 7월 중순에는 870달러대로 내려앉으며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합성고무의 공급과잉과 타이어의 수요 부진이 겹친 탓이다.
 
그러다 지난 7월 말을 기점으로 1000달러대로 다시 올라서며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가격 폭락을 견디다 못한 생산업체들이 공급조절을 통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수급은 서서히 제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일부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은 BEP(손익분기점)까지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LPG를 투입하면서까지 부타디엔 생산량 축소에 나섰다. 가시적인 수요 회복이 없자 업체들이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급을 조절,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이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부타디엔 가격이 손익분기점 아래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NCC 업체들이 공급 조절에 나서기 시작했다"면서 "올 3분기에는 BEP 수준인 14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반등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아직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2년간 내리 업황 침체를 경험한 탓에 단기적인 반등으로 그칠지, 회복 추세가 이어질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유럽 지역의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현 추세가 8월말까지 이어질 지 지켜본 뒤 회복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내수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반면 중국 지역의 수요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다만 제품마다, 계약마다 반영되는 시차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바닥 탈출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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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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