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중국·동남아시아 시장 교두보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계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는 지난달 26일 전자소재 사업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를 서울에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강성욱 GE코리아 총괄사장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GE가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조선해양사업 부문의 핵심거점을 한국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들이 국내 거점을 마련한 것은 중국 시장과 신흥 소비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기술유출 위험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서 비교적 안전한 것도 한국 진출 배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진출 급증에 대한 원인을 첨단소재 중심으로 시장이 변함에 따라 기술유출 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꼽았다.
◇여수 산업 단지 내 석유화학 공단 전경(사진=염현석 기자)
중국의 경우 지분율을 51:49로 대부분 중국회사가 경영권을 확보하기 때문에 중국회사에 현지 공장 설비 기술과 제품 생산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0년 초 중국이 한 글로벌 석유회사의 고부가 제품 생산 공장을 그대로 복사해 인근 산속에 건설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중국에 공장 건설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일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연구인력과 중국과 동남아 시장과의 접근성 등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 가질 수 있는 덤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중공업·디스플레이 등 사업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 1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도 세계적인 위치에 올라가 있는 한국 기업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우성 한국바스프 대표이사도 "한국의 전자 산업이 중요하고 한국 전자기업의 세계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유치 배경을 설명하면서 "국내 기업과의 사전 협의 등이 없으면 (한국에) 오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강성욱 GE코리아 사장은 "한국이 GE 글로벌 조선해양(Offshore/Marine) 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GE의 글로벌 전략 핵심은 '파트너십'과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으로 한국 조선 빅3를 비롯해 국내 조선해양 관련 많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상생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독일계 화학회사의 한국법인인 랑세스 코리아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타이어용 소재를 앞세워 석유화학 업계 불황 속에서도 두자리수 성장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시장에서 입지 강화를 선언했다.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SSBR 등 첨단고무의 아시아 시장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랑세스의 경우 글로벌 경제 불황에도 불구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해 매출액이 2011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 투자액 비중도 랑세스 투자액의 35%에 이르는 등 랑세스의 투자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주상 랑세스 코리아 부사장은 "글로벌 수준의 타이어 기업이 국내에 3개, 일본에 5개가 있는데 반해 중국은 300개가 넘게 있어 향후 중국 타이어업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차량 증가 속도와 친환경·고효율 타이어 바람으로 중국내 소비가 꾸준히 있을 것으로 보여 랑세스 내부적으로는 중국이 올해도 성장할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연구인력 유출, 실적 등 한국 기업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인력 유출이나 향후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생산거점이 마련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진출을 할 경우 실적이나 중국시장 내 경쟁에서는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