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임애신기자] 정전 위험에 높아지자 정부가 공공기관에 냉방 가동 금지와 소등 조치를 내렸다. 증권 분야 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 강도 높은 절전에 동참하고 있다.
13일 기상청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후 4시 기준 예비력은 400만킬로와트(kW)대로 전력수급경보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이 같은 무더위 속에서 전체 건물을 사용하는 거래소 직원들은 더위와 사투를 벌인 반면 광화문 프레스센터 건물에 세 들어사는 금융위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거래소, 이틀째 '찜통 사무실'.."형평성 어긋나 VS 노력해야"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에 따라 냉방기 가동 중단과 소등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오전 9시23분.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4분이 지나자 에어컨 가동이 중단되고 소등됐다.
이날 취재기자가 거래소 신관 1층부터 20층까지 각 사무실에 돌아 다녔다. 거래소 신관 1층 엘리베이터 대기장은 불이 꺼져 어두웠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더니 여기저기에서 땀 냄새가 났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사장실과 상임감사위원실·유가시장본부장 자리가 있는 20층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기는 꺼졌고 에어컨도 멈췄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직원이 출입구로 걸어 나오며 "더워 죽겠다"면서 일성을 뱉었다.
그는 이어 "어두운 곳에서 밝은 컴퓨터를 봤더니 눈이 나빠질 것 같다"며 "20층은 일반 사무실보다 사람이나 컴퓨터 수가 적어서 그나마 덜 더운 편"이라고 귀띔했다.
8층에서 만난 30대 여성 직원은 "임신부들도 땀을 뻘뻘 흘리며 근무 중"이라며 "일부는 절전 기간을 피해 휴가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극심한 더위로 인해 평소 보안을 위해 문을 닫아두던 일부 층을 개방하기도 하고, 대형 선풍기를 문 입구에 배치하기도 했다. 거래소 곳곳을 청소하는 직원들은 "더워서 기절할 것 같다"며 땀을 닦아냈다.
거래소 일부 직원들은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강력한 절전 조처를 한 것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코스콤 별관 쪽 사정도 마찬가지. 이곳 4층에 근무하는 외부기업 직원은 "어두운 것은 그렇다치고 공기가 뜨거운 탓에 선풍기를 틀어도 더운 바람이 나와 일을 할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창문이 개방형이 아니라서 제대로 열리지 않아 더 덥다"면서도 "그래도 정부가 하는 일이고 다 같이 하는 건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오후부터 본격 소등.."참을만하다"
거래소에 비하면 금융위 사정은 훨씬 나은 편이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취재기자가 금융위 각 층을 돌아다닌 결과, 오전에는 대부분 에어컨은 가동하지 않았지만 소등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많았다.
그러다 피크시간을 목전에 둔 오후 1시30분쯤 소등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괄적으로 소등이 이뤄지지 않고 각 과나 국마다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모습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소등 시행으로 인해 어둠 속에서 모니터 빛에 의지해 일하는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햇빛이 들어오는 광화문 큰 길 쪽에 사무실이 위치한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밝았다.
그러나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복도 냉방은 각 층별·매시간마다 가동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금융위 직원은 "출입이 금지된 곳은 소등을 하지 않아 매우 밝다"면서 "일부러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덥지 않다"고 말했다.
6층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본격적인 절전으로 인해 견디기 힘들 거라 생각하고 여벌을 챙겨오는 등 마음의 준비를 단단하게 했다"면서 "덥고 끈적끈적하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참을만 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전구를 끄는 게 아니라 최소 업무가 가능한 수준으로 소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건물이 우리 건물이 아닌데다 다른 입주사들이 많아서 어부지리로 헤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는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한국프레스센터 건물 4층부터 7층까지 네개 층을 임대해 쓰고 있다. 이 건물에는 금융위 뿐 아니라 한국언론진흥제단, 서울신문, 영남일보, 카페베네, 하나투어 등이 입주해있다.
프레스센터에는 이처럼 입주사들이 많고 건물이 낡아 냉방시스템을 정교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프레스센터 건물 관리인은 "현재 몇몇 사람들이 온도계를 손에 들고 각 층을 일일이 돌아 다니면서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면서 "현 시스템 하에 냉방 권장 온도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