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칸막이 없애자'더니..정책마다 불협화음

입력 : 2013-08-14 오전 9:51:4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호(號)가 출범 반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등 핵심 국정과제는 추진실적을 못 내고 증세 없는 복지와 대체휴일제 도입, 취득세 영구인하, 4대강 녹조현상 등은 부처별 다른 입장을 내며 삐걱대고 있어서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자고 주문했는데 정작 내부에서는 불협화음만 낸다는 우려가 크다. 지금처럼 정부가 분명한 정책목표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자칫 올해 하반기는 물론 임기 내내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박 대통령은 4대강 녹조현상의 원인과 제거 문제를 두고 최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이견을 보이며 대립하는 것에 대해 "내부조율 없이 자기 부처만의 입장을 내세우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부처간 다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지적은 이번만 아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은 물론 취임 후에도 줄곧 부처간 협업을 강조하며 정책과 의견의 조율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월부터 살펴보면 낮추자던 부처간 칸막이는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만 봐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시장경쟁 바로잡기에 나섰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기업 경영과 투자위축을 걱정하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와 문화관광부가 근로자 복지확대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을 추진한 대체휴일제도 기재부와 안전행정부 등은 기업 생산성 감소와 민간과 공공부문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반대 뜻을 밝혔다. 주택취득세 영구인하를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안행부의 대립, 복지 재원확보 방안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기재부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현하려고 손발을 맞춰야 할 행정부가 이처럼 의견 합의를 좀처럼 이루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자 일각에서는 벌써 레임덕이 온 것 아니냐는 말이 돌 정도다.
 
전문가들은 불협화음의 가장 큰 원인을 대통령에 찾았다. 개념이 모호한 국정과제로 정책 추진에 혼란을 주고 애초부터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정책목표를 세웠다는 것이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창조경제는 아직도 개념과 실체를 놓고 부처마다 관점이 다르고 추진방향도 제각각이"이라며 "증세 없는 복지확대는 세금은 더 걷지 말고 돈은 더 풀라는 것인데 기재부와 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해법을 두고 생각이 나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구체적 과업으로 제시할 정책 컨트롤타워의 부재도 문제다.
 
14일 행정학회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추진이나 세제 개편안 수정에서 보듯 국무총리나 부총리가 부처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성장과 분배의 중심을 잡고 창조경제 등에 대한 부처별 과업을 제시해 실적을 챙기는 역할을 할 사람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국정운영 추진과 행정 효율성 추구를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김윤권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일원화하려던 정보통신기술(ICT) 기능이 정부조직 개편 후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부, 안행부, 국무조정실 등에 분산됐다"며 "이처럼 정작 정부기능이 여러 부처로 나뉘며 칸막이 제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부처별 불협화음을 없애지 못하면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과 함께 국정 운영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부처별 전담팀(TF) 구성하고 부처별 입장보다는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정부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구체적인 성과와 일관된 방향을 못 내면 하반기에 물가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국정 불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 늘 것"이라며 "경제민주화와 4대강 해법 등에 대해서는 부처별 입장을 떠나 해당 실무자만 모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증세 없는 복지라면 세수 확대나 경제성장보다 복지에 더 비중을 둔 셈"이라며 "경제도 성장하고 복지도 되면 좋겠지만 두 가지를 함께 이루기 어렵다면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국정 철학을 가장 잘 실현하는 범위에서 각 부처가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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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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