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증인 청문회에 나와 시종일관 선거개입 등을 부정했다. 검찰의 공소장을 전면 부인하는 것을 물론 여러차례 웃음을 보이며 여유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는 16일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라는 신기남 특위 위원장의 요청에 "법률에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선서를 거부할 것"이라며 거부사유를 설명했다.
증인선서 거부에 이어 "원칙적으로 증언과 서류제출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질의의 성격에 따라 답변할 것"이라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답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 전 청장은 "증인의 선거 거부는 대단히 희귀한 사건"이라며 "실제로 이것을 한 경우는 볼 수가 없었다"는 신기남 특위 위원장의 질의에 대해선, "저는 언제나 당당하고 떳떳하지만 검찰의 기소 과정에서 늘 그런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방어권 차원에서 선서를 거부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측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질의 도중 '정보 형사들의 수당을 5만원 인상해 정보과 형사들의 사기가 올랐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 내용을 언급하자 "한겨레는 보지 않는다"고 말해 청문회장 이곳저곳에서 웃음이 터지게도 했다.
그는 박범계 의원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문 중 '새누리당이 분석결과 발표 전부터 D-Day에 맞춰 선거개입 의혹을 의혹을 해소해주기로 보도자료 작성 및 브리핑을 추진함'이라는 부분을 읽고 "D-Day가 무엇이냐"고 따져 묻자, "D-Day가 뭡니까? 저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또 "그때로 돌아가도 선거 관련 댓글은 없었다고 자신있게 발표할 수 있겠냐"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그 당시 상황에선 마찬가지로 발표할 수밖에 없다"고 경찰의 중간수사가 문제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12월16일에 선거관련 댓글은 없었다고 판단하냐'는 김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대해서도 "당연하다"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야당과 검찰이 '경찰의 분석 결과 왜곡'의 증거로 내세우는 CCTV 영상에 대해서도 "제가 지시해 영상 녹화가 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CCTV 설치는 법에 따른 것"이라거나 댓글 흔적을 찾아낼 프로그램이 CCTV가 설치된 방에 설치댄 것뿐이라고 반박했지만, 김 전 청장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증거분석실의 '댓글 흔적'에 대한 조작이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선 "해당 분석 요원들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들을 깊이 신뢰했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한 것을 존중했다"고 관련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직원들이 공정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증인 본인(김 전 청장)은 책임이 없고 당시의 하급자나 실제로 작업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심대한 결과가 있음에도 증인이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맞지 않은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김 전 청장을 아울러 검찰의 수사지휘 상황을 언급하며 경찰 수사를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8일 검찰이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요청 기각 사유로 '현재까지 수사결과, 임의로 제출받은 노트북 등으로 강제수사를 상당히 진행했음에도 정치 관련 게시글과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지난해 12월16일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자료가 다 간 상태다. 영장 청구의 근거자료로 제출된 상태에서 검찰이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경민 의원은 김 전 청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당시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취임 전의 정치검찰 시절이다. 그 내용은 이미 보도된 것이다. 전혀 논란거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애초 청문회에서 선택적으로 답변하겠다는 김 전 청장은 대부분의 질의에 답변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김민기 민주당 의원의 특정일의 식사 대상이 업무일지 내용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답변을 얼버무리기도 했다.
또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당당한 경찰이라고 자랑하고 13만 경찰에게 긍지로 갖고 일하라고 하면서 선서도 못하는 비겁한 경찰이 어디있냐. 위증하면 처벌을 받을 용의가 있냐"고 따져묻자 "답변 안 하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사진=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