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제작비 35억으로 만들어진 영화 '숨바꼭질'이 약 140만 관객의 손익분기점을 4일만에 돌파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그만큼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의 가파른 상승세에 반해, 사실 '숨바꼭질'은 스토리에서 많은 허점을 노출시킨 영화다. 개연성이 탄탄하지도 않고, 손현주를 제외한 캐릭터들의 설명도 부족하다. 후반부 정신없이 벌어지는 사건 전개 역시 매끄럽지 못하고, 영화의 반전도 중반부부터 예상가능한 범위에 있다.
영화에 출연한 일부 배우들 역시 "영화에 허술한 부분이 꽤 많다"고 할 정도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즐거움을 느끼고, 주변사람들에게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하고 있다. 손현주와 전미선, 문정희의 연기력을 칭찬하면서 말이다. 이는 배우들의 열연이 스토리상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모두 메워버렸다는 것이다.
배우 손현주와 전미선의 연기도 물로 훌륭했지만, 문정희의 힘이 가장 드러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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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문정희가 연기한 주희가 왜 남의 집을 원하고 빼앗으려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어떤 삶을 살아온 캐릭터라는 설명 역시 부재다. 문정희는 이러한 영화적 허술함을 전혀 생각나지 않게 하는 연기력을 펼쳤다. 분명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몰입도가 강해 "왜 저리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가 죽어있다가도 갑작스럽게 픽픽 에너지를 표출하는 연기, 형이 살던 집의 정보를 묻는 성수(손현주 분)에게 "제발 그 집 사람보고 우리 집 좀 훔쳐보지 말라고 해주세요"라고 무서움에 벌벌 떠는 연기, 성수와 민지(전미선 분)의 아이들에게 "이 차 내꺼야"라고 인상쓰며 윽박지르는 연기, 영화 마지막 "내 집, 내 집"이라고 절규하며 불에 타 죽는 장면의 연기까지 문정희의 연기의 진폭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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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연극 '의형제'로 데뷔해 약 15년간 탄탄한 연기력을 쌓은 문정희는 '숨바꼭질'에서도 그 배우로서의 내공의 진수를 펼쳐내며, 스토리에서는 구멍이 많은 '숨바꼭질'을 "재밌는 영화"로 바꿔내고 있다.
"예쁜 역할이 아니라 아쉽냐고 하시는데, 전 그렇지 않아요. 예쁜게 꼭 중요하나요. 전 배우로서 예뻐보이고 싶은 욕심보다는 역할에 대한 욕심이 커요. 예쁨을 따라가기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 개봉 전에 문정희와 인터뷰 때 그가 한 말이다. 파마머리한 아줌마부터 누군가의 첫사랑, 내 아이를 지키는 엄마, 남의 집을 빼앗는 도둑까지 문정희의 필모그라피는 배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