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다시 끼웠지만 또 풀어헤쳐질 세제개편

정부안과 함께 논의될 계류 의원입법안만 219건
최근 5년간 매년 30건 이상 손질돼..올해도 대폭 손질 가능성 ↑

입력 : 2013-08-20 오후 4:24:3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박근혜 정부 첫 세제개편안이 이른바 '중산층 증세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수정됐지만, 정부 수정안도 온전한 국회 처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득세 세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소득자의 범위를 과표 3450만원 이상에서 550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공제한도도 늘렸지만, 중산층의 범위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대안으로 내 놓은 공제한도 증액 역시 실효성이 없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입법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에서의 수정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여당에서조차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자체가 무리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의 수정안 발표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정부안에 대한 수정가능성을 높이는 발언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당시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근본적으로 공약의 재조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 세금없는 복지는 없다, 복지를 하려면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국민들에 이야기하고 그런 부분들에서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야당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수정안을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면 셀러리맨의 월급봉투를 건드리지 않을 수 있고, 대기업 법인세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6%에서 18%로 인상해 (법인의) 실효세율을 올리면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율을 인하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기국회에서 정부 입법안의 원안통과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올해 정부안의 손질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정부가 내 놓은 세법개정안 중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수정된 항목은 34개에 달하고, 2009년에는 38개 항목이 수정됐다.
 
또 2010년에도 31개의 세법개정 항목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손질됐고, 2011년에는 30개 항목이, 사실상 정부안에 알맹이가 없었던 2012년에도 37개 항목이 국회의 칼질을 면치 못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손질된 항목들은 대부분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여론을 등에 업은 의원들의 주장이 반영됐거나 의원입법안과 조율돼서 수정된 것들이다.
 
올해 정부 입법안 역시 상당한 손질이 불가피하다.
 
19대 국회에서 세법 소관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중인 세법안은 219개에 달한다. 지난해에 상정된 법안 중에서도 상임위에서 폐기하지 않은 계류법안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올해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들과 함께 논의된다.
 
특히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내놓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과 함께 고소득자의 소득공제율을 인하하는 방안도 담고 있어 쟁점이 되고 있는 소득공제 부문 논의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차례 수정안을 냈던 것처럼 최근에는 세법 마련과정에서 여론이나 정치권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과거에는 정부가 마련한 안이 그대로 법이 됐지만, 이제는 국회의 처분만 쳐다보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세법이 실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큰데다 세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제고되고 있어서 여론이 법령개정에 끼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올해도 의원입법안이 상당이 많은 상황이어서 어떻게 조율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13일 정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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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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