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다국적제약사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정부가 예정된 2차 혁신형제약사 선정을 무기한 보류하자 실망감은 더없이 커졌다. 동시에 이들은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올해 10여곳의 2차 혁신형인증 제약사를 추가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무려 43곳의 제약사를 1차 선정한 뒤 혁신형인증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에 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리베이트 혐의 제약사들이 혁신형제약사에 포함된 점도 보건복지부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내년 이후로 2차 선정을 연기했다. 4~5월 심사를 거쳐 6월경 발표할 예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계획된 일정을 놓친 지 오래다.
다국적제약사들은 기대가 꺾인 표정이 완연했다. 무엇보다 국내 제약사들에 비해 연구개발 비중이 높았던 터라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했다. 한 관계자는 “개별기업 R&D 투자비율에 따라 선정키로 했는데, 정부가 보류하면서 혹시 선정 기준도 변경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혁신형인증 첫 번째 기준은 기업의 R&D 투자 비율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이 같은 기준에 따라 혁신형인증 작업에 1년여 시간을 투자해왔다. 만약 선정 기준이 바뀔 경우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판이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대목.
다른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도 “정부 정책 발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준만은 원칙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만약 정부가 원칙과 달리 다른 기준을 제시할 경우 많은 비판이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우려도 있다. '제 식구 감싸기' 차원 아니냐는 지적. 특히 매출 상위 10곳의 다국적제약사들이 1차 인증에서 단 1곳도 선정되지 못한 터라 이 같은 의혹은 커질 수 있다. 1차 인증에서 선정된 곳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오츠카 뿐이었다. 혁신형제약사 선정을 놓고 국내 제약사들과 다국적제약사 간 신경전이 고조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2차 혁신형제약사 선정 관련해 협회 차원에서 대응키로 방침을 모았다. 지난해 1차 때 개별기업 별로 진행하다 겪었던 수모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앞서 김진호 KRPIA 회장은 지난 6월 기자와 만나 “1차 혁신형제약사 선정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번에는 다수의 다국적제약사들이 선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설욕의 기회는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