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들썩'..정유·석화, 통설과 다른 전망

입력 : 2013-08-26 오후 5:48:59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제 유가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들썩이면서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상 유가 상승은 정제마진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유업계 입장에선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는 원재료 도입 단가 인상으로 수익성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높다.
 
이 같은 통설과 달리 현장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유 업계는 수요 회복이 여전히 더디다고 보고,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 확대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실적 개선의 토대는 마련됐지만 수급에 따른 중장기적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제한폭을 뒀다.
 
석유화학 업계 또한 유가 변동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지역의 수요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화학 제품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제품가 상승을 통해 상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초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100달러대로 올라선 뒤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원유재고 급감과 이집트 정국 불안의 영향이 겹친 탓이다.
 
WTI 선물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104.70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8월1일부터 23일까지) 전월 대비 1. 32달러 오른 배럴당 106.02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역시 오름세를 이어갔다. 브렌트유 선물과 두바이유 현물의 이번달 평균 가격은 각각 109.35달러, 105.93달러로 지난달 대비 각각 1.93달러, 2.38달러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한국석유공사
 
이 같은 국제유가의 흐름이 이어지자 자연히 시선은 국내 정유, 석유화학 업계로 쏠리고 있다. 유가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이다.
 
정유 업계는 유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말을 아꼈다. 정유 업계는 보통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 마진도 함께 상승하면서 이익 규모가 확대된다.
 
그러나 최근 유가 흐름은 중동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유가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수급 개선의 영향이 그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다. 국제유가 상승이 단기 이익 확대에는 기여하겠지만, 침체된 업황을 상쇄할 만큼 크게 기여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련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은 정제마진을 개선시키기는 하겠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회복이 뒷받침돼야 유가상승에 따른 이익규모도 커지는데, 지금은 정유사에 마냥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근 유가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유가와 제품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상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면서 "다만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제품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스프레드가 넓어질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수요 회복이 전제돼야만 유가상승의 빛을 본다는 얘기다.
 
반면 원유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아랑곳 않고 성수기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과 유럽, 미국 등 일부 지역이 개선된 경제지표를 내놓으면서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는 50.1을 기록하며 시장의 컨센서스(48.2)을 웃도는 깜짝 개선을 연출했다.
 
유럽 역시 개선된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이 전 분기 대비 각각 0.7% 증가했고, 유로존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상승 추세로 전환, 원가와 제품가 차이를 일컫는 스프레드가 넓어지는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올 3분기는 수급에 따라 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원료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성수기 효과는 문제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올 3분기 정유 업계와 석유화학 업계의 표정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급격한 국제유가 상승은 오히려 수요를 감소시켜 정유 업계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반면 석유화학업체들은 제품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유가상승의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분석됐다. 성수기 진입에 따른 제품가 상승으로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두바이유가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았을 때 수요는 오히려 감소했다"면서 "유가가 단기간 급등할 경우 회복 중인 세계 경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정유업계의 주가가 최근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바로 유가 상승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세계 경제의 충격파를 고려할 때 배럴 당 110달러가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의 유가 강세는 수요 증가가 아닌 중동 리스크 부각에 따른 것"이라면서 "유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정제마진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수급 개선이 없는 유가강세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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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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