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2분기 실적 뜯어보니..'1강 2중 1약' 확연

입력 : 2013-08-13 오후 5:02:2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석유화학 업계의 올 2분기 성적은 '1강, 2중, 1약'으로 요약된다. 업황 회복세가 여전히 더딘 가운데 LG화학은 이에 아랑곳 않고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내실있는 포트폴리오의 덕을 톡톡히 본 것.
 
반면 롯데케미칼은 시장 예상치를 290억원이나 밑돌며 업계 내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원재료인 나프타 도입 가격이 경쟁사 대비 높았던 탓이다. 여기에 업황 부진을 상쇄시켜 줄 포트폴리오가 부재한 구조 역시 실적 부진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 LG-롯데, '1강 1약' 극명한 실적 대비..원재료 가격차 탓
 
LG화학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시장 예상치인 4922억원을 웃도는 5015억원을 기록하며, 업계에서 가장 견조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4% 증가한 3669억원에 달했다.
 
올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실적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이 당초 시장 예상치 925억원에 290억원이나 크게 밑도는 695억원을 기록하며 LG화학과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기대 이하의 실적에 빛이 바랬다.
 
2분기 양사 실적이 극명하게 갈렸던 주된 요인은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투입 가격에 있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 1분기 톤당 962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4월 들어 800달러대 중반으로 가격이 떨어지며 진정세를 보였다. 이는 화학업체들에게 원재료 가격 부담이 완화된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올 2분기 나프타 평균 투입 가격이 각각 톤당 878달러, 900달러로 추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4월과 5월 두 달간 평균 판매가보다 40~50달러나 더 비싼 나프타를 투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과 제품가 차이에서 발생하는 스프레드가 감소하며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원재료비는 지난 6월 들어서야 안정화 됐다.
 
특히 원료 확보 전략의 실기가 실적 부진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프타를 확보하는 시점은 업체마다 상이한데, 롯데케미칼은 유가가 가장 비싼 시점에 나프타를 대량으로 구매해 원료비 부담이 컸다는 설명이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4월과 5월에 비싼 나프타를 투입하면서 그만큼 원가부담이 커졌다"면서 "나프타 투입 가격이 당시 평균가격에 근접했더라면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 달성도 무난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LG-롯데, 사업 포트폴리오 실적 명암 갈라
 
사업 포트폴리오도 실적의 명암을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LG화학은 나프타분해·폴리올레핀(NCC/PO), 고무와 특수수지 부문의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석유화학사업 부문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
 
기초원료의 다음 단계인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내며 일부 사업의 부진을 상쇄한 것. 기초원료에서부터 프리미엄군을 포함한 합성제품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덕에 경쟁사보다 업황의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LG화학에 비해 단순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춰 업황 침체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호황일 때 누구보다 앞선 성적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불황일 때는 타격이 배가되는 구조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
 
주력인 모노에틸렌글리콜(MEG)과 부타디엔(BD)의 가격 하락이 실적의 직격탄이 됐다.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가격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범용인 탓에 MEG와 BD의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한화케미칼-금호석유화학, 원재료가 하락 덕에 시장 기대치 부합
 
한화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원료가격 하락의 덕을 보며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적을 내놨다.
 
한화케미칼은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17억원을 기록하며 당초 시장 컨센서스(303억원)에서 10억원 가량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 역시 예상치보다 1100억원 많은 1조98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원료사업부문의 올 2분기 매출액은 1조52억원, 영업이익은 219억원이었다. 원료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345억원)에 비해 126억원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 195억원 증가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폴리에틸렌(PE)이 속한 PO사업부문이 원료가격 하락과 판가상승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면서 염화비닐(PVC)이 속한 화성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가성소다 역시 내수 판매가가 전 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이며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수익 개선에 기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2분기 영업이익 767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영업이익 780억원)에 부합했다. 주력인 합성고무가 전방산업인 타이어와 자동차산업의 부진으로 판가가 하락했음에도, 재고를 전년 대비 20~25%가량 줄여 판매마진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합성수지는 중국 시장의 수요 위축으로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원료인 스타이렌모노머(SM)의 톤당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 올랐지만, 실적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3분기 성수기 진입, 롯데케미칼 회복..금호석화 주춤
 
3분기는 2분기와 또 다른 판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 약체로 평가받았던 롯데케미칼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금호석유화학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의 높은 원료 투입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란 게 주된 분석.
 
반면 금석유화학은 LG화학이 IT용 고급외장재 원료인 BPA 증설을 마무리 짓고 경쟁을 본격화함에 따라 출혈 경쟁이 예상된다. 여기에 전방산업 시황의 영향을 받는 부타디엔도 8월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조절에 따른 가격 인상이었던 점이 한계. 합성고무 업체들의 수요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더 개선될 것"이라면서 "한화케미칼 역시 석유화학부문에서 실적개선이 기개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은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LG화학이 BPA 증설을 완료한 만큼 영업 마진이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석유화학 업황은 유가 상승과 PE와 PP 등의 합성수지 제품의 시황 개선이 이뤄지면서 2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수기 진입에 따른 단기적 개선은 이뤄지겠지만, 완전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는지 여부는 대내외 경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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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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