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잇단 누수 논란..정몽구 지론 '품질경영' 위기

입력 : 2013-08-26 오후 4:19:56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현대차가 최근 누수 차량 논란에 갇히면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지론이었던 ‘품질경영’이 위기에 처했다. 일부 국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어질 조짐이어서 안방에서의 타격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대표적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싼타페에 이어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아반떼 MD’마저 일부 차량에서 누수 결함이 확인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1일 현대차는 ‘수(水)타페’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싼타페 누수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 사태를 일단락 짓는 듯 했다. 하지만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반떼 MD’ 차량의 앞 유리창과 엔진룸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재확산에 이르렀다.
 
◇현대차 SUV 싼타페 누수 모습.(사진출처=현대차 쏘나타 동호회 와소동)
  
보다 못한 국토부는 현대차 싼타페와 아반떼에 대한 누수 현상을 확인한 후 이르면 오는 10월쯤 리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대표 차종에서 발생한 누수 논란은 세계 5위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 것은 물론 그간 품질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정몽구 회장의 경영 방침에도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싼타페의 경우 뒷 부분의 리어스포일러와 리어콤비네이션 램프의 판넬 이음부의 실리콘 패킹 처리 미흡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일부 차량이지만, 실내로 빗물이 샌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어서 충격이 크다.
 
내수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품질에 대한 부정적 여론마저 거세지면서 판매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독일차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의 공세가 매서워 신뢰를 잃어버린 현대차에 어느 정도 수위의 타격이 가해질 지도 예상키 어려운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가 연이어 터진 품질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차 품질 논란에 대해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국내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이어서 차량 문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경향이 있어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원가 절감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플랫폼을 통합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총 6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총 40종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8개에서 6개로 3분의 1이 줄었지만, 모델 수는 32종에서 40종으로 25% 늘어났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통합 플랫폼은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작업자의 집중도와 숙련도는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차종과 상관없이 불량 부품을 사용한 차종 전체가 리콜돼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통합 플랫폼은 전세계적인 흐름으로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장단점을 적절히 맞춰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사태가 커진 배경에 대해 “예전 포니 차량에도 문제는 있었지만, 이슈가 수면위로 공론화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지금의 자동차는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했고, 소비자들이 차량의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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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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