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동문서답 되풀이..'국정원 도움 받았으면 그게 관권선거'

입력 : 2013-08-26 오후 6:55:53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태에 대해 하나마나한 동문서답을 되풀이해 매주 주말 촛불을 드는 야권 및 시민들과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26일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2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첫 입장을 내놓은 것과 같은 내용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선서 거부 등 비협조적인 태도와 국선변호사를 방불케한 새누리당의 변호로 국정조사가 소득 없이 종료된 시점에서 변화 없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첫 입장 표명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직후에 나왔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동문서답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이날 발언도 9월 정기국회 표류 위기 속에 장외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제1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요구를 외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박 대통령이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는 했지만 방점은 '민생'에 찍혀 있어 이 또한 대선 개입 문제로 만나자는 김 대표의 입장과 상반되기는 마찬가지다.
 
아울러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할 필요가 없는 얘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과 경찰의 대선 개입 행위를 사전에 알고 있었고, 이를 활용했다면 정부와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범죄임이 명백한 관권선거를 저지른 것이 되기 때문.
 
새누리당의 결사적인 반대로 무산됐지만 야권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국조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려 한 이유도 국정원·경찰과의 커넥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의 공소장에서 보듯 대선 개입 혐의가 인정되고, 관권선거 의혹이 짙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대선 불복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박 대통령과 자웅을 겨뤘던 문재인 의원도 일찌감치 결과에 승복한 바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 있는 사과와 대선 개입 재발방지 약속,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외면한 채 규명되지 않은 의혹 부인에만 주력해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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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