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 양자회담, 후 다자회담'을 역제안했다. 이는 26일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언급하며 여야 지도부와의 민생관련 '5자 회담'을 재차 제안한 것에 대한 김 대표의 역제안이다. 그는 또 미리 예고했던 천막당사에서의 노숙투쟁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7일 서울광장 민주당 국민운동본부 천막당사에서 열린 신임 지역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힌 뒤,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해외 순방 출국 전에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을 위한 여야 지도부 회담도 좋다"면서도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회담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론을 내린 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논의한다면 두 회담 모두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사진=민주당)
그는 박 대통령의 민생회담 제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대통령의 급작스런 민생회담 제안은 지난 6월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국정원이 국면전환을 기하기 위해 갑자기 남북정상화담 회의록을 무단공개한 상황과 닮았다"며 "대선 전후에 벌어진 국기문란 헌정파괴 사태는 무조건 민생이라는 미명만으로 덮어질 만큼 결코 작지 않다는 엄중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 "민주당과 저는 대통령 알현을 앙망하며 광장에 천막을 친 게 아니다"며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 국민과 힘을 모으려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서로가 정국의 정상화라는 목적을 갖고 만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가졌을 때처럼, 저 역시 대통령을 만나는 것 자체를 큰 영광으로 여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청와대의 말은 대통령이 마치 야당에게 무언가를 베풀듯이 단체로라면 한번 만나주겠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이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미리 예고했던 노숙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사람에게 장기외박 허락을 받았고, 샤워하지 않아도 되게끔 아침에 머리도 짧게 깎았다"고 노숙투쟁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