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묘수 '정수기 냉장고'..양대 시장 뒤흔든다!

정수기 후발주자의 한계, 냉장고로 덮는다

입력 : 2013-08-28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LG전자가 융복합 개념의 '정수기 냉장고'를 내놨다. 구본무 회장이 그토록 강조하던 시장선도 차원이다.
 
전략적 이유도 충분해 보인다. 냉장고와 정수기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기존 생활가전 시장에서의 강자 지위를 유지하는 한편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정수기 시장의 일대 변화를 꾀할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
 
TV에 이어 냉장고에서도 한발 앞선 움직임을 통해 라이벌 삼성전자를 긴장케 하는 동시에 방문판매 조직을 앞세워 철옹성으로 군림하던 코웨이의 정수기 1강 구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프리미엄 라인업인 G프로젝트가 생활가전에까지 옮겨 붙으며 LG전자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 있다.
 
◇알뜰주부를 위한 최적의 냉장고..소비자 요구사항 적극 반영
 
LG전자(066570)는 2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신제품 출시행사를 열고, 냉장고와 정수기가 융합된 'LG 디오스 정수기 냉장고'를 선보였다.
 
냉장고와 정수기를 별도로 구매하는 소비 흐름을 단 번에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했다. 비용은 물론 전기료 등 유지비와 효율적 공간 활용에 대한 주부들의 걱정을 획기적으로 덜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수기와 냉장고를 따로 쓸 때보다 전기료는 최대 19%(자사제품 기준), 일반 정수기를 5년 렌탈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제품 구입비용은 14%까지 절감할 수 있다. 또 정수기가 냉장고 안으로 들어오면서 주방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제품 개발 전 '고객니즈 조사'를 실시했다. LG전자에 따르면, 가정에서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 10명 중 6명은 향후 정수기 구입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능적으로는 얼음 정수기에 대한 선호도가 제일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은 깨끗하고 건강한 물에 대한 요구와 함께 얼음을 더욱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기능을 선호하면서도 위생관리와 필터 교환의 불편함, 공간부족 문제를 정수기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었다는 게 LG전자 설명.
 
냉장고 선호도 조사에서는 단순히 큰 용량의 냉장고보다 사용 편의성이 개선된 냉장고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았고, 특히 ▲공간 활용도 ▲편리한 수납기능 ▲쉽고 간편한 제빙기능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러한 고객들의 요구사항이 바탕이 돼 양문형 냉장고에 정수기를 결합한 냉장고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정수기가 결합된 형태의 'LG 디오스 정수기냉장고'를 28일 출시했다고 밝혔다.(사진제공=LG전자)
 
◇냉장고·정수기 기술력에 '위생관리 서비스'까지
 
이번 제품 개발에는 냉장고 제조 기술력과 정수기 제조 기술력, 여기에 더해 LG전자의 정수기 사업 노하우와 위생관리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LG전자는 이미 냉장고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정수기 사업 또한 진출한 지 오래다.
 
LG전자만의 독보적 기술인 '4세대 리니어 컴프레서'를 통해 냉장고 내에서 물을 냉각하거나 얼음을 만들면서도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고, 또 단열 효율을 30% 개선한 '고효율 단열재' 기술로 내부공간을 최대화해 정수기가 들어가면서도 용량 손실은 줄였다.
 
냉장고 수납공간인 '매직스페이스'는 문 전체를 열지 않아도 자주 먹는 음료수와 반찬을 쉽게 꺼낼 수 있게 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냉기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았다.
 
정수기에도 LG전자의 기술력이 결합됐다. 3단계 안심필터로 깨끗한 정수가 가능하고, 그간 LG 정수기의 상징이었던 스테인리스 저수 탱크까지 이번 제품에 적용했다. 100미리리터(mL)~1.5리터(L)까지 원하는 양의 물을 선택해 받을 수 있는 '정략급수 기능'을 통해 요리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다.  
 
얼음 정수기의 역할도 돋보인다. 냉동실을 열지 않고 얼음을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기다리는 시간 없이 최대 17잔까지 얼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조각얼음이나 각얼음을 받을 수 있다.
 
헬스케어 매니저가 두 달에 1번 가정을 직접 방문해 정수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인사이드 케어'를 받으면 저수조뿐만 아니라 유로, 코크 등 사용자가 마실 물이 닿는 모든 부분을 화학물질이 아닌 전기분해 살균수로 깔끔하게 살균받을 수 있다.
 
이처럼 LG전자가 정수기 기능에 매진하는 이유는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LG전자의 성적표가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 2010년 수처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면서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자본을 앞세워 단번에 시장을 장악하리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코웨이 등 기존 강자의 벽에 부딪혀 3년이 되도록 시장점유율 5%에도 못 미치는 부진함을 보였다. 특히 방문판매 조직의 부재와 취약함은 최대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LG전자가 정수기 냉장고를 통해 냉장고 시장은 물론 정수기 시장마저 단숨에 흔들어 버리겠다는 의도를 가지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차별화된 가치의 냉장고.."진화하는 제품 만들 것"
 
디오스 정수기 냉장고는 디자인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면에 거울 컨셉을 적용해 날씬한 느낌을 구현했고, 정수기 기능 및 상태를 'LCD 터치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게 했다.
 
855L의 대용량 제품은 쉬크블랙, 쉬크화이트 2종으로 출시될 예정으로, 출고가는 340~400만원대로 책정됐다. 정수기 케어서비스 관리 비용은 매달 1만8900원이다.
 
이번 제품은 생활가전 분야에서 G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G프로젝트는 LG전자가 최근 선포한 시장선도 전략으로 ▲새로운 세대(Generation) ▲기대를 뛰어넘는 급(Grade) ▲신개념 장르(Genre) 등을 창출한 자사의 최고 프리미엄 제품에만 붙이는 인증제도다.
 
LG전자는 지난 1965년 120L 용량의 국내 최초 냉장고 'GR-120'을 출시한 이래 2006년 '아트 디오스', 2010년 세계 최초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2013년 세계 최대 용량 양문형 냉장고 등을 내놓으며 시장을 이끌어 왔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이날 출시회에서 "이번 신제품은 '냉장고는 단순히 음식을 보관하는 가전'이라는 기존의 개념을 진화시킨 제품"이라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신개념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가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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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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