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이효정기자] 외국계 시중은행은 포화된 국내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열세한 점포망 등 규모의 경제에서 불리한 측면을 스마트금융으로 보완하는가 하면 과거 소홀했던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고객이 거래은행을 선택하는 데 있어 상품의 차별성과 접근의 편리성은 핵심 요인이다. 금융상품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접근성이 영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계 시중은행의 영업점(지점+출장소)수는 국내 시중은행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 1분기 기준 국내 시중은행 5곳(국민·우리·신한·외환)의 평균 영업점수는 823곳인데 비해 SC은행은 365곳, 씨티은행은 203곳에 그쳤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에 비해 열세한 점포망을 가진 외국계 시중은행은 다각적 채널을 통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지점위주의 영업채널에서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은행 업무처리비중 가운데 비대면 거래비중이 압도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은행 업무처리비중 가운데 비대면거래(입출금 및 자금이체 거래기준)는 88.4%에 달했다. 비대면거래 중 현금자동입출금기(42.2%), 인터넷뱅킹(32.5%), 텔레뱅킹(13.7%) 순으로 비중이 높았으며, 대면거래인 창구에서 처리하는 비중은 11.6%에 불과했다.
변화되는 은행업무 환경에 맞춰 외국계 시중은행은 비용대비 효율성이 높은 스마트브랜치를 확대하고 나섰다.
스마트브랜치는 직원없이 고객 스스로 IT단말기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점포다. 한국씨티은행과 SC은행이 지난 201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스마트뱅킹 영업점을 설치, 현재 27곳이 운영 중이다.
SC은행은 지난 2011년 스마트뱅킹센터 1호점을 개점한 이후 매년 스마트뱅킹센터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12곳이 운영 중이며, 추후 더 늘려갈 계획이다.
그간 중소기업 지원에 인색하다는 평을 받던 외국계 시중은행들은 최근 중소기업 전담 금융을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시중은행과 견줘 중소기업 금융 부문은 아직 열세하지만 중소기업 금융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
SC은행은 신용장방식 무소구권 수출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이 수입상으로부터 물품 인수 통지를 받으면 수출금융 한도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주문을 받는 시점부터 최종 대금회수까지의 기간 동안 여신을 제공하는 '네트워크론' 등도 선보였다.
이밖에도 중소기업 고객의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올 연말까지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하 소규모 중소기업의 각종 보증서 연계대출에 대해 최고 2% 금리를 우대해주는 패키지 상품을 150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중소기업 담보대출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의 신규 신용대출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과 수도권 소재의 주요 9개 공단 지역에 중소기업 거점지역 지점을 신설해 중소기업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해 내부에서 조직을 정비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규모의 경쟁을 할 필요 없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국내 시중은행과 차별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