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과장 "잃어버린 닷새..국정원 댓글 더 찾을 수 있었다"

"서울경찰청서 자료 제때 못받아 수사 지연"

입력 : 2013-08-30 오후 7:22:22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의 실질적인 수사 주체는 서울경찰청이었고, 수서경찰서가 실제로 수사를 지휘했으면 더 많은 정치 관련 댓글을 찾았을 것이라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법정에서 진술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여직원을 분석과정에 대동해 분석 대상 건건을 일일이 허락받으려고 시도했으나 내부 반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수서경찰서가 관련 증거를 압수수색하려고 하자 강력하게 저지했고,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진행된 김 전 청장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 댓글 의혹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받은 부당한 외압을 이같이 지적했다.
 
권과장은 "12월14일 자료분석을 의뢰해 대선 당일인 12월19일 새벽에야 결과를 받아봤다"며 "잃어버린 5일(닷새) 동안 더 많은 정치관련 글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경찰청에 증거물 반환을 요구했더니 '증거분석 내용이 유출돼 국가 안보가 심각해지고 사회 혼한이 커진다는 이유로 반환은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수사팀이 보고 판단할 문제이니 돌려달라고 공문까지 보낸 뒤에야 받아봤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댓글녀 사건 수사를 담당한 수서경찰서의 의견은 일체 반영하지 않은 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권 과장은 지적했다.
 
그는 서울경찰청은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이란 소제목을 달은 데 대해 "이 대목에서 서울경찰청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자료를 보고 증거분석결과를 받았는데 '혐의사실 관련 내용 발견하지 못함'이라는 분석관의 판단이 들어가 있었다"며 "판단은 수사팀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 자체가 들어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권 과장은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제출한 노트북과 데스크탑을 분석하는 과정에 김씨를 대동시키려 했다"며 "수사기관이  '이거 보세요, 이건 보지 마세요'라는 피고발인의 지시에 따르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씨가 자신의 노트북과 데스크탑을 임의 제출하겠다고 수서경찰서에 밝힌 뒤 서울경찰청에 분석을 의뢰했다"며 "'수사 단서'를 찾아달라고 노트북 등을 보냈는데 '수사 결과'를 발표해 버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권 과장은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특정 후보와 정당에 유리한 댓글을 작성중이라는 민주당의 신고가 접수됐을 때 김씨의 집안을 압수수색하려고 했으나 김용판 전 청장이 강력하게 이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청장이 전화로 '내사 사건이고, 검찰에서 영장을 기각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두 가지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며 "수사과장 7년 동안 영장과 관련해 지시받은 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서경찰서장이 영장과 관련해 오전에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했으나 반대를 해 설득을 시켰으나 오후에 다시 전화했을 때는 화까지 내면서 강력하게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권 과장은 "김 전 청장은 16일 보도자료를 발표하기 전에 이광석 당시 수서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것도 안나왔다. 내가 책임진다. 발표하자'고 말했고, 이 서장이 엉겹결에 '예'라고 대답해 후회했다"고 말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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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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