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과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 음모죄를 놓고 벼랑 끝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싸움에서 지는 쪽은 해체 수준의 막심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 결과가 주목된다.
28일 이 의원 등을 압수수색한 국정원은 30일 이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수원지법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에 보낸 상태다.
또 국정원이 입수한 녹취록이 이날 알려져 논란이다. 이에 따르면 이 의원 등은 지난 5월12일 RO(Revolution Organization) 회합에서 전시를 대비한 무장 및 통신·유류시설 파괴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전쟁을 준비하자", "북은 집권당", "거기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상식의 수준에 반하는 발언들에 여론은 들끓는 분위기다. 분단된 현실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말들을 이미 종북 논란 전력이 있는 이 의원이 내뱉은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선 개입 사건으로 존폐의 기로에 몰렸던 국정원이 꺼내든 회심의 '내란 카드'는 제대로 먹히고 있다. 국정원이 이번 사건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벼랑에 몰려 있는 통합진보당은 조직 전체를 비상체제로 전환하는 등 강력히 맞서고 있다. 진보당은 국정원의 녹취록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RO 회합은 "경기도당이 모집한 강연에서 이 의원을 초청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녹취록은 일부 참가들의 취지가 날조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혀 진위를 알 수 없는 녹취록이 흘러나와서 온 국민들과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면서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녹취록 뿐 아니라, 지금 존재 자체에 대해서 거론되고 있는 동영상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료에 대한 진위에서부터 검증이 들어가야 지금 여러 가지 궁금해하고 있는 내용들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확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보당의 주장대로 녹취록이 조작됐다면 국정원은 엄청난 역풍을 맞을 전망이다. 대선 개입 국면전환용 물타기를 위해 원내 제3당에 내란 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에 대한 후과는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조만간 국회로 전달될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와 향후 전개될 사법부의 내란 혐의에 대한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다.
새누리당은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적시된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한 배를 탔다고 볼 수 있어 이번 사건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정원과 진보당의 파부침주(破釜沈舟)에 대해 "국정원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 증거가 없으면 역풍은 상상 이상. 정권퇴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전망도 여기에 기인한다.
홍성규 대변인은 "지금 상황은 한마디로 '진보당 VS 국정원',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진보당 VS 박근혜"라면서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서 대통령 재가 없이 중요한 결정 하나 내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