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여성파워)②박윤옥 외환은행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은행이 좋았던 女행원..28년만에 소비자보호 수장으로 '우뚝’
“소비자보호는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서 출발”

입력 : 2013-09-03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제 이력이 좀 특이하죠? 사회학과 나와서 은행에 왔으니 제가 뭘 알았겠어요. 근데 참 신기하게 은행일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재밌었기 때문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오늘날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원동력 아니었나 싶습니다."
 
박윤옥 외환은행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은 여성으로서 소비자보호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무엇이든 다 받아줄 것 같은 푸근한 인상이 `소비자보호`라는 책무에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박 센터장은 지난 7월29일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금융소비자
◇박윤옥 외환은행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사진=송주연기자)
보호센터장에 선임됐다. 고객만족(CS)추진실 책임자를 거쳐 6년 넘게 지점장으로 영업현장을 책임지며 실무와 소비자 관련 업무를 모두 경험해 소비자보호센터장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박 센터장에게도 눈물 나는 신입 행원 시절이 있었다.
 
그는 1985년 외환은행 입사 후 '비서'로 첫 업무를 시작했던 새내기 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신입 직원 OJT(직장 내 교육훈련)가 끝나고 비서로 발령을 받았어요. 울고불고 했죠. 현업에 있고 싶었거든요. 그 때 저를 비서 자리로 발령 낸 지점장님이 은행업 전반을 두루 배울 수 있는 자리니까 가서 공부를 먼저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비서로 은행에 첫발을 내디딘 박 센터장은 그날부터 업무가 끝나면 금융연수원에서 강의를 들었다.
 
"저녁마다 공부하고 토요일에도 남아서 공부를 했어요. 너무 재밌어서 일요일이면 빨리 월요일이 와서 출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다방면으로 은행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사실을 시간이 흘러 깨달았습니다."
 
박 센터장은 외환은행의 초대 여성 소비자보호센터장이 된 것에 대해 시기를 잘 만났던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포함해 다른 은행의 여성 본부장들이 일을 잘했기 때문에 저 같은 여성 직원에게도 기회가 온 것 아닐까요? 굳이 다른 이유를 꼽자면 오랜시간 고객상담 업무를 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박 센터장은 십여년 이상 고객만족(CS) 업무를 담당하면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연구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하철 역 근처에 위치한 지점을 맡은 적이 있어요. 고객들로 늘 북적여서 대기하는 고객들도 많았죠. 일처리 속도를 높여도 대기시간을 줄이는 건 한계가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대기하는 고객들이 덜 지루할까, 기다리면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봤어요. 비싼 게 아니었지만 반응이 좋았죠. 고객의 마음을 얻는 건 작지만 세심한 배려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소비자보호는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거죠"
 
외환은행 소비자보호센터 업무의 절반은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 전 지점으로 확산시키고, 특정 지점에서 실시 중인 좋은 서비스는 모든 영업점으로 전파하는 ‘가교 역할’이다.
 
소비자보호센터는 최근 제도와 업무관행 개선을 위해 고객들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고객 특별제안 공모'를 실시한 것.
 
박 센터장은 "고객들이 귀찮아서 과연 호응을 해줄까 걱정했는데 500건이 넘는 특별제안이 접수돼 놀랐다"며 "채택된 고객제안을 상품화 할 수 있도록 현재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번 공모전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고객의 대기 현황을 알려주는 '대기없는 은행 창구 이용방법'과 지점에서 서류작성 및 상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은행서식 작성 프로세스 개선' 아이디어를 채택해 아이디어를 제안한 고객들을 시상했다.
 
외환은행은 고객 제안을 통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민원감축에 주력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소비자보호센터의 하반기 역점 사항은 민원감축"이라며 "현재 '카드 민원 50% 감축'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외환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민원 건수는 고객 10만명 당 7.9건으로 민원이 가장 적은 신한은행(4.6건)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도 할 말은 있다. 카드사업을 분사한 타 은행들과 달리 여전히 카드부문이 은행에 속해 있어 상대적으로 민원건수가 높게 집계된다는 것.
 
박 센터장은 "카드사업을 분사한 다른 은행들과 달리 외환은행은 카드부문까지 포함돼 있어 민원건수 집계시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고객이 불편한 부분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반기 민원 감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지치지 않고 지금껏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일에 대한 열정과 그런 그를 자랑스러워하는 가족의 응원이 합쳐진 결과다.
 
결혼 후 지금까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박 센터장은 "일하는 며느리를 자랑스러워하는 시어머니 덕분에 직장생활에 큰 힘이 됐다"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일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사, 육아, 직장생활을 모두 무리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시어머니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결혼 후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사소한 것은 털어버릴 수 있는 대범함이 필요하다"며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다 손에 잡고 있다간 양쪽을 모두 놓칠 수 있으므로 덜 중요한 것은 과감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약력
 
▲박윤옥(1962) ▲성심여대 사회학과 ▲외환은행 입행 ▲평창동 지점장 ▲탄현 지점장 ▲미금역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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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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