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풍수지리(風水地理)는 지형이나 날씨 등 자연현상을 토대로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풍수지리를 토속신앙과 같이 여겨 신뢰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풍수지리는 생각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나 조상의 묘자리를 쓸 때나 심지어 잠자리의 위치를 정할 때에도 풍수지리를 따져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이왕이면 흉(凶)이나 화(禍)보다는 길(吉)과 복(福)에 가까워지길 원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본인은 신뢰하지 않더라도 이미 지어진 집이나 이미 자리잡은 도시와 환경, 주변의 대부분은 풍수지리를 감안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그 탄생에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풍수지리와 떼놓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는데요.
세종시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이유로 첫 출발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천년고도의 수도 서울은 이미 풍수지리에서 빼어난 땅에 위치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행정수도를 이전할 곳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빼어난 풍수지리적 배경이 있어야만 했던 것이죠.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 논란에서도 풍수지리적인 문제가 빠질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세종시가 위치한 지형은 풍수지리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세종청사가 자리한 충남 연기군 남면지역은 드넓은 장남평야 앞으로 금강이 흐르고 있고, 북서쪽 국사봉과 원수봉, 동쪽의 노적산과 전월산, 형제봉은 좌청룡 우백호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지형에다 산줄기나 지세(地勢), 수세(水勢) 모두 빠지는 게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좋은 곳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에도 풍수지리적 결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터는 좋지만 건물을 잘못지었다는 것인데요. 정부세종청사에서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건물의 경우 정문이 북(北)쪽으로 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힙니다.
최근에는 직원 중 하나가 인명사고까지 당하자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문의 위치 때문에 기획재정부에서만 좋지 않은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북쪽으로 대문을 내지 않는데, 복쪽으로 정문이 나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사실 기획재정부 청사의 정문은 굳이 풍수지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문제점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동서남북을 떠나서 세종청사의 다른 부처 정문은 대로변으로 향해서 나 있는데, 유독 기획재정부 청사 대문만 구석의 골목길쪽으로 나 있습니다.
덕분에 입주해 있는 공무원들은 물론 방문객들도 수백미터를 빙 둘러서 걸어야만 청사 안으로 진입할수 있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나마 쪽문을 개방하는 출퇴근시간이 아니면 버스를 타거나 KTX를 타기 위해서는 한참을 둘러가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 단지입니다. 기획재정부 청사 정문에서 불과 10여미터 앞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요. 여기에 민간인 입주가 시작되면 정문 앞의 좁은 도로를 민간인 차량과 공무원 차량이 뒤엉켜서 교통지옥이 불보듯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이런 기획재정부 정문의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기미가 보입니다.
입주 후 반년이 넘도록 불편함에 시달린 기획재정부가 안전행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끝에 다른 방향으로 정문을 옮기기로 한 것입니다.
무려 7억원의 예산이 배정되어 이번 주말이면 공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새로 생기는 정문은 정 남향인데다 큰 길 바로 옆에 자리하게 됩니다.
좋은 터에 건물까지 잘 지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탓에 7억원의 재정만 허비하게 됐습니다.
옛말 틀린 것 없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선조들의 지혜를 조금만 헤아렸더라도 아니 조금이라도 실용적인 생각을 했더라도 문을 두번이나 만드는 일은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늦게나마 큰 길로 뻥하니 뚫릴 정문 만큼 기획재정부가 하는 일도 앞으로는 술술 풀리길 기대해봅니다.
(사진=이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