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주식과 채권의 성격이 결합된 ‘메자닌 펀드(Mezzanine fund)’로 고액자산가들이 몰리고 있다. 장기화하는 저금리 속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0.01%의 작은 수익률 변화에도 민감한 이들 자산가들의 돈이 움직이게 된 배경이 됐다.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72개 전체 메자닌 펀드로 85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689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채권형펀드와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각각 6899억원, 2조3653억원이 순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메자닌’에서 유래한 메자닌 펀드는 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을 담는다. CB와 BW, EB가 주식과 채권 사이에 존재하는 혼합형태(하이브리드 형태)의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빗댄 것이다.
채권투자로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추구하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전환 권리를 행사해 추가 수익을 올리면서 주식 직접 투자 리스크는 피하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이다.
갈수록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원금보장이라는 안정성은 물론 주가상승률에 따른 추가 수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첫 손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업계 최초로 메자닌 펀드를 출시한 건 KTB자산운용이다. 시작은 기관 자금만 담았다.
KTB자산운용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33개의 사모 메자닌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가운데 최초 설정된 1호 펀드는 내부수익률(IRR) 기준 연 15.4%로 운용이 종료됐다. 이후 출시된 2호, 3호, 4호 펀드는 각각 25.8%, 12.1%, 9.5%의 수익을 냈다.
2010년부터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단독수익자의 요청으로 운용을 중단한 11호를 제외한 9개의 펀드(6~15호) 또한 6.7~9.9%의 성과를 기록했다. 2011년 4월 설정된 메자닌 16호는 현재 15.5%의 IRR을 유지하며 운용되고 있다. 지난해 설정된 19개(660억원)의 메자닌 17~29호, T-1~5호는 3.6~4.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최초 설정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부도(디폴트)사례를 겪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소액투자 상품은 아니다. 1거래 단위는 1인 5000만원 이상으로 입금이 제한된다. 메자닌 펀드는 최소 2~3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장기투자 상품에 가깝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 특성상 설정 후 사모 메자닌 증권 목표편입비(70% 수준, 7~10종목)를 달성하기까지 일정기간이 소요된다”며 “그 기간 동안 펀드수익률은 보통 큰 변동 없이 낮은 수준에서 움직임을 보이며 이후 점차적으로 상승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식과 달리 투자금 회수가 자유롭지 못한 CB, BW라는 점 때문에 메자닌 펀드는 환매에 대응하기 적절치 않은 것이다. 메자닌 펀드 대부분이 사모 폐쇄형으로 운용되는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