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G20 정상회의..시리아·美출구전략 도마위에

입력 : 2013-09-05 오후 4:49:52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5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러시아 G20회의에서는 핵심 의제인 '세계 경제 성장과 양질의 고용 창출'과는 별개로 장기화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시리아 군사개입 여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모두 글로벌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리아 사태..경제 사안 제치고 핵심 '화두'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경제 현안이 아닌 최근 국가별로 첨예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서방의 시리아 군사개입 여부가 이날부터 이틀간 G20 회담의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이슈가 G20 회의에서 핵심 의제로 거론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G20 의장국인 러시아와 미국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예정된 의제인 다국적 기업의 탈세행위, 높은 실업률, 글로벌 불균형 문제 등에 관한 해결책과 신성장동력, 교역확대, 은행의 투명성 강화 등이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스타파 아브델와도드 아브라즈 개인 자산부문 대표는 "선행되어야 할 경제 현안에 관한 논의가 정치 이슈에 묻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예고하듯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웨덴을 방문해 “자국민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야만적인 시리아 정권에 국제사회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시리아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시리아 공습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입장이 바뀌기를 바라고 시리아 공격을 반대하는 국가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며 시리아 공격 여부를 G20 회담의 의제로 설정할 것을 시사했다.
 
가디언은 오바마가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를 확보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오마마 미국 대통령·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출처=유튜브>
 
러시아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 군사 개입은 침략행위"라며 "시리아 군사개입에 찬성하는 측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또 "유엔의 조사결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이 확인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전보다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면서도 그 전까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한다면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지 말하기엔 아직 이르나 행동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다"며 "우리는 필요하면 시리아에 지대공미사일 S-300 판매를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G20 회담을 목전에 두고도 양국 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전문가들은 시리아에 관한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존 베어드 캐나다 국무장관은 "시리아 사태는 인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서방과 어떤 협력을 취해야 할지 좀 더 고려해봐야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드리워져 외교적인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오바마와 푸틴의 말다툼이 회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美 출구전략..신흥국, 자금 유출 '심각'
 
시리아 사태로 경제 이슈가 끼어들 틈이 없지만, 신흥국을 중심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에 따른 주변국 자금 유출 부작용은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5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연준이 매달 850억달러씩 풀던 유동성이 축소되면 이들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대거 선진국으로 더 이탈할까 불안해하고 있다.
 
실제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기 시작하면서 달러화가 신흥국을 대거 빠져나가 신흥국 통화가치는 곤두박질쳤다. 달러화 양이 적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한 것.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인도 루피 가치는 20%나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지난 1991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통화는 각각 10%씩 떨어졌다.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한다는 소문이 나자 최근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신흥국이 기준 금리를 일제히 인상한 것도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함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어나는 현상이 1998~1999 아시아 금융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관료들은 G20 회의를 앞두고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브라질 고위 공직자는 "연준의 테이퍼링 파급효과를 줄이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브라질이 미국 통화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차관은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긍정적이나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양적완화 출구 전략을 쓸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G20의 성과에 대해 전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마리오스 마라세프티스 스탠다드앤드차타드은행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대표는 "갑작스런 자금 유입 중단은 신흥국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정책 공조만 잘 이루어진다면 큰 위기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의 한 공직자는 "이번 G20 회담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중기 재정 전략이 나오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세 피난처·그림자 금융..글로벌 미결 과제 '논의'
 
신흥국들은 또 그간 논의됐던 경제 사안들을 좀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지난 3월에 전격 합의한 1000억달러 규모의 긴급기금 설립에 관한 논의가 비중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기금 설립에 합의 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긴급기금 재원으로 410억달러를 투척했고 브라질과 인도, 러시아도 각각 180억달러를, 남아공은 50억달러를 적립했다.   
    
기금 설립 여부는 오는 2014년 브라질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고, 이번 회의 에서는 그간의 협의 사항을 재확인하고 논의를 더 진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G20 리더들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올 초부터 문제시되고 있는 조세 피난처 또한 짚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들이 산적한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요즘, 다국적 기업들이 해당 국가가 아닌 법인세가 싼 지역으로 세금을 납부해 국가 세수가 심각하게 위축됐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지난 G20 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기업의 세금 탈루·탈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공동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 회피 억제 이외에도 헤지펀드를 비롯한 '그림자 금융'에 대한 제재 강화 또한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틀간의 회의가 끝나면 이 모든 논의 사항들을 담은 G20 공동 선언문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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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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