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이병박 정부는 ‘규제’에, 박근혜 정부는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일본과 비교하면 범정부차원의 제약육성 지원책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요즘 업계는 ‘일 할 만 하다’는 분위기다.”
상위제약사 한 임원은 6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제약정책을 비교하면서 지금의 정책이 업계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약은 실은 소비자가 아닌 정부와 거래(?)하는 산업”이라며 “정부 정책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갈린다”고 말했다.
이 임원의 말처럼 요즘 제약업계는 ‘화색’이 돌고 있다.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계획’과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육성’에 이어 국내 백신사업까지도 미래성장산업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정책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미래부, 산업부, 외교부, 식약처 등 관계 부처합동으로 ‘백신산업 글로벌진출 방안’을 확정지었다.
오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 백신산업을 세계 5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30% 백신자급률은 2020년까지 80%까지 확대한다.
국내 백신시장은 약 7000억원 규모로, 매년 11%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치료보다 예방’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최근 예방의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주요 제약사들이 백신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국내 최초의 제약산업 특화 펀드도 출범했다. 그동안은 국내 제약기업 규모가 작다보니 자본 부족으로 글로벌 진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아이디어와 신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의 도전이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진영 복지부장관(왼쪽 3번째)이 국내 최초의 제약산업 특화 펀드 출범식에서 펀드조성 관계자들과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복지부)
특화 펀드는 현재 정부지원금 200억원에 정책금융공사, KDB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농협중앙회 등 민간 출자를 받아 총 1000억원 규모로 만들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펀드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연내 1~2곳 제약사에 대한 투자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제약산업 지원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제약 강국 일본의 경우 1970년 중반부터 제약을 자국산업으로 규정하고 198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R&D(연구개발) 육성책을 펼친 결과, 미국과 유럽에 이은 세계 세 번째 제약 강국으로 성장했다. 현재 일본제약사들의 평균 R&D 비율은 15~20%다. 이는 글로벌제약사들의 R&D 투자비율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제약이 2000년대 들어서야 신약개발을 위한 R&D에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이 20여년 이상 앞섰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상위제약사들의 R&D 평균 투자 비율은 10% 안팎으로 일본 R&D 평균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좀 더 빠른 육성 정책이 이뤄졌더라면 일본과 이렇게 까지는 격차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