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 5일 채권단이
STX조선해양(067250)의 대표이사 교체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된 가운데 각 계열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9일 이사회와 27일 주주총회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STX그룹과 강 회장으로서는 대주주인 채권단의 사임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STX그룹 남산사옥 전경(사진제공=STX)
우선 조선그룹 중 비중이 가장 큰 STX조선해양은 신규 대표이사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042660) 부사장을 내정했으며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무상감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그룹 지주사인 STX가 보유한 STX조선해양 지분의 100대1 무상감자가 실행될 경우 전체 지분의 77%가 감자되며, 그룹 지주사인 STX를 통해 STX조선해양을 지배해왔던 강 회장과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기게 된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조직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해 STX조선해양의 발목을 잡고 있는 STX다롄의 매각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STX조선해양에 이어 두 번째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엔진은 조만간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에 따라 STX엔진에 1500억원의 신규 자금지원과 6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설 예정이다. 또 STX조선해양에 이어 강 회장에게 STX엔진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도 물러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TX중공업도 이르면 내주에 채권단과 자율협약 체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율협약 체결문의 마지막 문구를 손 보고 있다"며 "거의 막바지 단계"라고 밝혔다. STX중공업도 앞서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과 마찬가지로 자율협약 체결 후 신규 자금 지원과 함께 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인 STX는 자율협약 체결이 연말로 미뤄진 상태다. 일단 실사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지만 다른 계열사에 비해 존속가치와 청산가치의 차이가 미미하고 마땅한 수익구조가 없다는 점 때문에 채권단은 STX에 조건부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STX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비협약채권자들로부터 만기도래 회사채에 대한 상환유예, 출자전환 등을 감수한다는 확약서를 받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채권단은 이를 토대로 연말에 정밀실사를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반면 강 회장이 전체 지분의 87.45%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텍은 강 회장 사퇴 여파로 자율협약 체결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텍은 STX조선해양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회사로 당초 STX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회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강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날 경우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졌다.
포스텍은 STX조선해양 기자재 납품과 그룹 IT사업을 도맡아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STX그룹에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때문에 강 회장이 STX조선해양을 시작으로 그룹 계열사 대표자리에서 물러나고 무상감자로 지분을 잃고 경영권이 완전히 박탈당할 경우 포스텍과 STX그룹 간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