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무상보육 파행 위기는 넘겼지만 새누리당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무상보육 공방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5일 박 시장은 지방채를 발행에 추가경정예산 2353억원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건 예비비•특별교부세 1423억원 지원 조건을 수용한 것이다.
서울시의 발표 후 복지부는 서울시에 1219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추경예산과 정부지원비를 무상보육 예산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박 시장과 서울시에 추경을 촉구하던 새누리당은 박 시장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말 서울시 예산편성 때부터 어제까지 보여준 행보는 천만 서울시민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장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치졸하고 정략적이었다”며 “노회한 정치꾼의 고단수를 능가하는 것이었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새누리당은 서울시가 무상보육 매칭 비율 등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며, 박 시장에게 사과와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새누리당이 정략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새누리당 제5정책조정위원회(사진 위)와 민주당 제4정책조정위원회(사진 아래)
◇ 보육예산 국비비율 42% 논쟁
새누리당은 박원순 시장이 실제 보육예산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비율을 20%에서 40%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추가지원을 받으면 보육예산 국비비율이 42%에 달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제5정조위는 “서울시가 내년 60% 부담을 지면 오히려 올해보다 부담이 더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국비비율 42%는 정부로부터 1423억원 지원을 받은 이후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내년 정부가 보육비를 지원해주지 않을 경우 서울의 부담은 80%로 돌아가 무상보육 위기는 재발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무상보육 정부 부담 비율을 40%로 높이는 영유아보육법이 통과돼야 서울시 무상보육이 안정된다고 주장했다.
영유아보육법은 6월 국회에서 법사위까지 올라갔지만 정부•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서울시는 “정말 새누리당 주장처럼 내년도 서울시 국고 예산 비율이 42%가 될 것이라면, 새누리당과 정부는 왜 영유아보육법 의결에 동의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 부자 서울시가 무상보육 엄살?
새누리당은 서울시가 보육예산 부족분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보육예산 3708억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3325억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비 1423억원이 추가 지원되면 서울시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1902억원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작년 예산안 평성에서 서울시가 다른 지차체와 같은 기준으로 보육료를 편성했다면 추가 부담은 389억원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빚을 늘릴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년간 서울시 불용예산이 3조3000억원이었던 만큼, 다른 사업에서 예산을 가져오면 보육예산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 시장이 지방채를 고의로 많이 발행해 서울시 재정을 악화 시키고, 책임을 새누리당과 정부에 전가하려고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방채 발행을 최소화 해야 한다”며 “서울시 재정 악화 “지난해 서울시 행태를 보면 상당액의 불용액은 불 보듯 뻔하다. 기왕 추경을 하기로 했으니 불용예산을 전용해서 이 재원을 무상보육에 활용하면 빚을 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8조원이 넘는 토목사업인 경전철을 서민복지라는 명목으로 추진하고 무상급식에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며 서울시가 예산 조정으로 무상보육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서울시가 고의적으로 보육예산을 축소 편성했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정부가 무상보육 정부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보육 예산을 늘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보육 사업과 같은 전국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언급한 것, 그리고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육) 예산이 미지급 되는 사태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을 믿고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보육 예산을 확대 편성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서울시는 “새누리당 소속이 장을 맡고 있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부산 의회의장 협의회, 시군구청장협의회, 신군구의회의장협의회가 수회에 거쳐 국회를 방문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는 불용예산 성격을 새누리당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용액에서 세입징수부족액을 뺀 순세계잉여금만을 예산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발생한 잉여금은 서울시가 채무상환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채무는 오세훈 시장 시절이었던 2011년 20조원에 육박하는 19조9873억원에 달했지만, 박 시장 취임 이후 지난 6월에는 18조5468억원이었다. 1년 8개월 동안 1조4405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잉여금 규모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0년에는 (잉여금이) 약 3000억원 발생했고 작년에는 645억원 가량 남았다. 이것도 모두 채무상환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전철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이며 민자 사업 위주로 할 계획이기 때문에 서울시 재정에 당장 큰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 공개토론, 서로 피한다고 비난
새누리당은 박원순 시장이 무상보육 공개토론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박원순 시장에게 무상보육 공개토론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새누리당은 “서울시가 공개토론을 정쟁이니 무익하니 라는 핑계로 거절했다”며 새누리당, 민주당의 정책위의장, 박원순 시장 , 기재부 장관이 공중파를 통해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박 시장에게 무상보육 관련 국민감사청구권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서울시는 토론 자체를 거부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토론회가 정치싸움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기획재정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 관련부처도 토론회에 참석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묵살했다고 반격했다.
서울시는 “무상보육 예산 부족 문제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자초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화 새누리당이 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담이 가장 크게 늘어난 서울시를 물고 늘어지며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