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비용 18만원? 그거 어디서 조사한 거에요?"

정부 발표믿고 장보러 갔더니.."살 게 없어요!"

입력 : 2013-09-10 오후 7:34:0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일주일 남은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제수품 물가동향이 소비자의 실제 체감물가와 다르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물가동향이 전국의 모든 물가를 모두 반영할 수 없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실제 물가 수준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는 물론이고 상인까지 정부의 통계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통한 민생안정 대책을 추진하려면 물가통계부터 제대로 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에 혼란을 주는 일부터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주요 품목별 소매가격(10일 기준)(자료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10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만난 주부 정모씨는 최근 각종 매체에서 실린 물가정보만 믿고 장을 보러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20만원 정도면 명절 장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직접 시장에 나가 물건을 고르면 그 정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했던 것.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의 차례상 구입비용은 재래시장이 18만3179원, 대형 유통업체는 25만8151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물세트는 사과가 4만5000원, 배 5만5000원, 한우 갈비가 17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aT센터 관계자는 "이번 가격은 지난주보다 0.6%~0.8% 정도 내렸다"며 "생육여건이 좋아진 명태 출하량이 늘어나 가격이 크게 내린데다 출하시기를 맞은 과일류 값도 떨어지는 등 공급량이 충분해 당분간 성수품 값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느끼는 추석물가는 계속해서 오름세다. 최근 한 달간 전국 평균 배추 값은 포기당 3596원에서 4529원으로 1000원이나 오르는 등 일부 채소류와 과일류의 도·소매가격이 모두 올라 지난해 물가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제사상 보는데 18만원이면 된다는 뉴스 보고 시장 왔다가 기겁했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과일이나 고기나 모두 비싸기만 해 장보기가 겁난다"고 걱정했다. 시장에서 만난 시민 중에는 정부의 공식 물가통계를 자체를 믿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물가동향은 조사 주체별로도 차이가 났다. 농촌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주요 농축산물 2013년 추석 가격전망'에서는 햅쌀과 돼지고기, 계란 가격이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명절 성수기 계란 가격은 특란 10개당 1500원으로 집계됐다.
 
aT센터 조사인 1949원과는 400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는 다른 상품 값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러니 시민들은 정부가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차례 비용을 계산한데다 그조차도 정확하지도 않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가격 기준을 제대로 못 세우니 소비지나 판매자 모두 선뜻 매매를 결정하지 못한 채 명절 걱정에 한숨만 쉰다는 것이다.
 
청과상을 운영하는 상인 고모씨는 "실제 도·소매 가격과 물가동향이 다른데 소비자는 정부 통계만 보고 물건을 사려 한다"며 "우리가 물건 받아서 파는 값대로 부르면 사람들이 쳐다도 안보고 정부 통계대로 팔면 우리가 손해 보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물가정보 특성상 전국적으로 완벽한 통계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aT센터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시장과 매장을 모두 확인하지 못하는 현실적 여건도 있고 출하량이 매일 변하는 수산물 등은 표본과 실제 물가 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12일에 한번 더 물가동향을 공개해 조금이라도 현명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물가통계에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물가동향을 작성할 때 포함하는 표본과 실제 소비자들이 장을 볼 때 주로 사는 물품이 달라 통계와 실제에 차이가 많이 생긴다"며 "명절 제수품 가격 동향만 봐도 제사상에 올리는 두부나 콩나물 등은 통계에 포함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가는 시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경제 여건"이라며 "명절처럼 한 번에 큰 돈이 들어가는 때에 구매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가격 정보마저 정확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더욱 큰 부담을 느끼고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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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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