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롯데케미칼이 웅진케미칼 인수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인수전이 4파전으로 좁혀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10일 "웅진케미칼 인수를 검토한 결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맞지 않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웅진케미칼 인수전은 LG화학과 GS그룹 계열사인 GS에너지, OCI 계열사인 유니드, 도레이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 등 4곳이 참여하게 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인수 백지화 선언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롯데케미칼은 그간 입찰 적격자(숏리스트)로 실사를 진행하는 등 웅진케미칼 인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케미칼의 모기업인 롯데그룹이 인수합병(M&A)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현금 동원력마저 막강해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LG화학 등을 견제하기 위해 웅진케미칼의 몸값만 올려놓고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경쟁 업체를 의식한 일종의 연막 작전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이렇게 일찍 인수를 포기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라면서 "웅진케미칼의 인수 가격이 오른 탓에 백지화를 결정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케미칼 매각은 지난해 9월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이 회사 정상화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매각 지분은 웅진홀딩스가 보유한 46.3%와 윤석금 회장의 두 자녀가 보유한 9.91% 등 총 56.2%로, 인수가격은 3000억원에서 4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웅진케미칼 회생계획안에 나온 매각 지분 가치 25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규모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웅진케미칼의 수처리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케미칼은 수처리 사업 핵심기술인 역삼투분리막(RO: Reverse Osmosis) 필터에서 국내 1위, 세계 3~4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르면 이번 주 중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다음달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인수전은 범 LG가(家)인 LG그룹과 GS그룹이 맞붙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그룹은 지난 2004년 분리된 이후 대형 인수합병전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특히 양측은 일본 오릭스가 매각을 진행 중인 STX에너지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