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후진타오에게 전화한 이유는>

입력 : 2009-02-01 오전 9:48:0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0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한 것은 '환율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의 전화통화에 대해 언급한 뒤 "두 지도자들은 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미.중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깁스 대변인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세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을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으며 두 지도자는 전세계 경제회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미관계에 정통한 미국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전화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 대해 환율전쟁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22일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중국에 환율정책 변화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비롯됐다.

그렇지 않아도 보호무역을 선호하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던 중국은 미국의 금융위기 극복 노력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가 하면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일 뿐 아니라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주고 있는 나라다. 금융위기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하는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즉각 진화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CNBC에 출연해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을 부인했다. 깁스 대변인도 미국의 환율정책은 오는 4월에 결정하게 된다면서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전문을 보내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서로 만나 대화로 해결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후 주석이 30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들은 또 조속한 시일내에 자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20-30% 정도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오바마 행정부의 상당수도 중국이 무역흑자를 내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으며 이것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이번 전화외교를 통해 일단 갈등의 씨앗을 외교적으로 봉합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무역전쟁이나 환율전쟁이 폭발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베이징·워싱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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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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