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수출이 세계 경제 침체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재로서는 성장의 돌파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재정지출과 내수부양이 침체의 폭을 조금이나마 완화해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침체라는 `외풍'을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
◇ 작년 4분기 침체 진입
1일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국내 경제는 작년 1분기부터 둔화세를 보이다 작년 4분기부터 극심한 침체에 돌입했다.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2007년 4분기 1.6%에서 작년 1-2분기 0.8%로 `반토막' 났고 3분기에는 0.5%로 더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4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5.6%로 1998년 1분기의 -7.8% 이후 최악의 수치를 보였다.
경기하강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침체에 들어섰음이 명확해진 것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12일 경제전망에서 4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을 -1.6%로 내다봤다.
불과 한 달여 전에 내놓은 전망치가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그만큼 침체 속도가 빠르다는 방증이다.
우리 경제의 동력인 제조업 생산과 수출은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작년 4분기의 경기악화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이 큰 영향을 줬다. 통관 기준 수출증가율은 작년 9월 27.6%에서 10월 7.8%로 한자릿수로 추락했고 11월은 -19.5%, 12월은 -17.9%로 급감했다.
이는 곧바로 생산 감축으로 이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10월에 마이너스(-2.3%)로 반전했고 11월 -14.0%에 이어 12월에는 -18.6%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급감했다.
◇ 상반기가 경기 저점?
수출여건이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상반기가 경기 저점이 될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에서 상품수출 감소율이 작년 4분기 9.5%에서 올해 상반기 20.7%로 더 커졌다가 하반기에 13.9%로 소폭 완화될 것으로 봤다.
당장 지난 1월의 수출 감소율은 주력 수출업종의 조업중단과 설 연휴 등으로 35%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정이다. 작년 12월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에서도 5억 4천만 달러 흑자를 냈던 무역수지는 1월에 약 40억 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역시 상반기에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경제위기에서 올해 2분기가 저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4월과 5월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기 흐름을 보면 1분기에는 안 좋을 수밖에 없고 2분기에는 바닥 언저리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예상했다.
◇ 회복 전망도 `안갯속'
다행히 경기가 바닥을 치더라도 회복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로서는 `V자형' 급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고 `U자형'의 완만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불안과 실물침체의 향방이 불투명한 만큼 경기 저점이 지속되면서 `L자형'의 장기침체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외부강연에서 "지금 상황은 수십 년 만에 처음 오는 심각한 경제수축기"라며 "올해 상반기에 (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은 엷어지고 있고 내년부터는 좋아질지 어떨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바닥이나 회복 시기를 논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3분기까지 플러스 성장을 회복하기는 어렵겠지만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이는 지표상의 기술적인 반등으로 의미 있는 회복세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