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의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는 빛나는 조연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명품 조연'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명품 조연'의 몫은 대부분 남성 배우들이 차지해왔다.
김정태, 조진웅, 조정석, 김성오, 김희원 등 연기로 무장된 남자배우들이 스크린과 드라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장면을 완벽히 소화하며 '명품 조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 남자들 뿐 아니라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조연들이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영화 '스파이'의 한예리와 라미란,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 고은미가 그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한예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예리 - 완벽한 북한사투리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 탁구선수 대표 유순복으로 분해 신선함을 안긴 한예리는 '스파이'에서도 북한 핵 물리학자 백설희를 맡았다.
극중 핵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백설희의 실력을 탐내는 각 집단이 그의 목숨을 노리는데서 영화의 갈등이 시작된다. 한예리는 백설희 역을 통해 깊은 감정 연기 없이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함께 여성적인 느낌을 드러냈다.
많은 분량이 아니었지만, 중요한 신에서 큰 변화 없는 표정과 눈빛만으로 자신의 역할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북한 사투리 역시 전혀 어색함 없이 매끄럽게 풀어냈다.
한예리는 "'코리아'때 북한 말 연습해서 도움이 많이 됐지만 여전히 북한 사투리는 힘들다. 나중에 한 번 더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평단의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학생 배우들을 지도하다 배우가 된 특별한 케이스의 한예리는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2회나 수상하면서 독립영화계에서는 이영애로 불리고 있다.
◇라미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라미란 - 새 캐릭터 '여자 감초'
라미란은 '스파이'에서 중간중간 출연하는 감초 역할이다. 주로 야쿠르트 아줌마로 분해 중요한 정보를 빼내거나, 스파이 요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는다.
특별히 대단한 분량도 역할도 아닌 듯 하지만, 그의 등장만으로도 시선이 뺏긴다.
예고편에서 "제가 잡아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사는 영화에서 큰 웃음을 제공한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는 직징 동료들의 놀림에도 꿋꿋한 억척스러운 아줌마 미란을 연기한다. 지지리궁상을 떨고 얄미운 행동도 서슴지 않지만, 시댁에 돈을 보내자는 남편의 말에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그의 역할에 애정을 갖게 한다.
실제 라미란은 그 어떤 개그우먼들보다도 강한 입담과 웃음을 선사한다. '스파이' 미디어데이에서 그는 수위 높은 이야기와 강렬한 리액션으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그날의 주인공은 라미란이라고 할 정도로 현장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배우다.
◇고은미 (사진제공=SBS)
◇고은미 - "재벌 며느리는 내가 최고네요"
2001년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 아나운서 오영란 역으로 데뷔한 고은미(본명 안은미)는 이제껏 크게 이름을 알린 배우는 아니었다. '황금의 제국'에서 재벌가 며느리로서 강력한 아우라를 발산하면서 그 이름을 알려나가고 있다.
극중 고은미는 성진그룹 장남 최원재(원효섭 분)의 며느리로 최동성(박근형 분) 회장으로부터 성진백화점을 받고 돈과 욕망에 사로잡힌 박은정을 연기한다.
능력이 부족하고 자존심도 없는 남편 최원재와 달리 명석한 두뇌회전으로 최서윤(이요원 분)과 최민재, 한정희(김미숙 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긴다.
'~네요'라는 말투로 상대방의 아픈 곳을 쿡쿡 찌르는 그의 연기는 '황금의 제국'의 갈등을 높인다. 기본적으로 도도하고 차가운 느낌이지만 남편만큼은 애정을 가지고 챙기는 따뜻한 면도 드러낸다.
그의 패션 역시 화제가 되면서 많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