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STX조선그룹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순조롭게 진행될수록 STX그룹의 주인인 강덕수 회장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후 주요 계열사의 자율협약 체결이 그에게는 곧 사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이어 STX엔진의 이사회 의장과 STX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도 강 회장의 사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27일 STX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박동혁 신임 대표이사 안건을 의결하고, 이르면 이달 내로 다른 주요 계열사에도 새로운 경영진을 내정할 방침이다. STX그룹에서 강덕수 회장의 흔적 지우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12일 STX그룹과 채권단에 따르면 STX중공업은 이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신규 자금 3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STX중공업의 자율협약 체결로 강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도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선그룹 중 비중이 가장 큰 STX조선해양에 이미 새로운 경영진이 내정된 만큼 STX중공업도 결국은 시간문제일 뿐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채권단이 경영정상화를 약속한 조선그룹에서는 강덕수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모두 끊기고 연말로 자율협약 체결이 미뤄진
STX(011810) 대표이사직만 남게 된다.
강덕수 회장이 전체 지분의 87.45%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포스텍은 강덕수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마저도 포스텍 자율협약 과정을 통해 지분 감자가 이뤄질 경우 소액주주로 전락해 사실상 STX그룹에서 손을 떼게 된다.
채권단은 오는 24일 강덕수 회장 지분의 5대1 무상감자와 6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을 조건으로 포스텍과 자율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채권단 내에서 포스텍의 회생 여부를 두고 이견이 많았지만 STX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포스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최대주주인 강덕수 회장의 지분은 감자를 통해 지배력을 낮추고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강덕수 회장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STX그룹의 모태가 된 쌍용중공업(STX엔진)을 살려낸 위기관리 노하우와 함께 그의 넓은 인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STX조선그룹의 핵심인 STX조선해양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수주활동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의 역할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STX그룹은 강덕수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직에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STX그룹 경영 부실의 책임을 지고 대외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