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송강호, 백윤식,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 등 스타 멀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관상'이 지난 14일 하루 동안 78만7147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관상'의 누적관객은 15일 오전 6시 기준 210만6121명(배급사 쇼박스 집계)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8일), 올해 초 개봉한 '7번방의 선물'(6일) 보다 빠른 기록이다.
더구나 '관상'은 오는 18일부터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끼고 있어서 영화 흥행이 더욱 예상된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이후로 영화관 비수기라고 불리던 시점에, '관상'이 대중의 발걸음을 영화관으로 돌리고 있다.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강렬한 메시지
이 영화는 조선 최고의 관상가 박내경(송강호 분)이 계유정란이라는 거대한 권력과 운명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내경은 문종(김태우 분)의 요구에 따라 조선 최고의 권력가의 얼굴을 보면서 그들의 미래와 성격을 점치고 어린 왕 단종의 위치를 지키려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패배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 거친 파도를 바라보는 내경의 표정은 삶의 무게를 안겨주면서, '관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계유정란과 현재 이 시대와는 맞물린 점이 많다. 당시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했듯, 2013년의 모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때 내경이 수양대군(이정재 분)의 역모를 거스르려 했던 것처럼, 나 자신도 이 시대에서 어떤 결정과 욕심을 갖고 살아야되겠냐는 질문을 하게 한다.
'관상' 관련 SNS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이렇듯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관상'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계유정란과 현 시대와 비슷하다는 것은 크게 의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관상'을 보고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같다. 거대한 운명에 초라해지는 개인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어쩌면 그게 관객들과 소통되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살아있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
위에 언급했듯 '관상'은 멀티캐스팅이다. 다양한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다. 영화가 재밌는 지점은 이 출연자 모두 그 캐릭터가 생선이 펄떡펄떡 뛰듯이 생기가 넘친다는데 있다.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다. 이정재는 이제껏 선보여지지 않았던, 조직폭력배 같으면서도 섹시한 느낌의 수양대군을 그려냈다. "배우로서 중량감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팽헌 역을 연기한 조정석은 '조선시대판 납득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송강호와 매끄러운 합을 자랑하며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정재 다음으로 이 영화에서 눈길을 모으는 연기자다.
내경을 연기한 송강호는 인물을 만날 때마다 각기 다른 표정으로 다른 캐릭터들의 색깔을 부여했다.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의 연기력 덕분에 다른 캐릭터들이 완연히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고 칭찬했다.
이외에도 조선 시대 기생 연홍을 맡은 김혜수, 뚝심 있는 김종서를 통해 무게감을 안긴 백윤식, 영화 중반 새로운 갈등을 시작하는 연결고리 문종을 연기한 김태우, 아버지 내경과 달리 운명을 거스르려하지만 끝내 슬픔을 맛보는 진영 역의 이종석 등 출연진 모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 감독은 "영화의 스타들이 다수 출연해서 난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해줬다. 배우 덕에 영화의 힘이 더욱 생긴 것 같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관상이 가지고 있는 신선함
영화 소재 역시 이 영화가 흥행하고 있는 요소다.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해소해주는 관상이라는 소재와 계유정란을 섞은 팩션은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신선함을 안고 있다.
극초반 유머러스하게 시작하며 캐릭터를 잡아주고, 중반부터 계유정란에 돌입하는 스토리 전개는 매끄럽다. 중반부 다소 길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이 같은 전개 뒤에 클라이막스에서 전해지는 메시지와 감동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한국영화라면 빠지지 않는 신파 요소가 있지만 영화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준이 아닌, 적절한 수준에서 마무리된다. '잘 빠진 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유다.
한재림 감독은 "평단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 영화였다. 일반 관객들의 평이 더 좋은 편이다. 관상이라는 소재를 계유정란에 넣는 과정에 대한 점수를 일반관객들이 평단보다 더 후하게 주고 있는 느낌이다. 끝까지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