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지표 호조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금 가격 하락이 출렁거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출구전략 시행되면 물가 상승가능성이 줄어들고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금 가격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와 함께 증시 조정 등이 동반될 경우 안전자산인 금에 다시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美출구전략 우려에 금값 올 들어 23%↓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지난 13일 온스당 22달러 (1.65%) 내린 1308.6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2.4% 내린 데 이어 또 1.6%나 떨어진 것이다. 금값은 연초 이후 23% 내렸는데 이는 197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이다.
금값 하락은 미국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을 줄이는 출구전략 우려에 따른 것이다.
금은 통상 물가상승에 따른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투자수단으로 활용되는데 연준이 유동성을 줄일 경우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줄게 되고 이는 금에 대한 투자매력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올해 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금값은 지난 6월 온스당 120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칼로스 페레즈 산탈라 머렉스 노스아메리카 LLC 브로커는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시기가 임박했다는 전망 등으로 금에 대한 하락압력이 커졌다”며 “전형적인 약세장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금값에는 부담이다.
톰 파워 R.J 오브라이언 어소시에이츠 수석 커머디티 브로커는 “경제지표가 잇달아 예상을 웃돌면서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며 "금에 부정적인 재료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QE축소 이후 금값 하락 가속화 '우려'
문제는 내릴 대로 대린 금값이지만 오를 만한 요인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출구전략과 관련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연준이 오는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미국에서 출구전략이 시행될 경우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가 예상보다 더욱 공격적일 경우 1200달러를 밑돌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1300달러임을 고려할 때 현 수준에서 금값이 8~10% 추가 하락하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도 연준 양적완화 축소와 선진국 경기회복이 금값 하락을 이끌 것이라며 내년에는 온스당 105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닥터 둠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금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금값은 2015년에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값, 다시 오른다..가격 지탱 요인 '충분'
반면, 금값을 지지해줄 요인도 충분하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우선 금이 안전자산으로서 투자매력이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중동 및 북 아프리카 지역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유로존 채무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며 금값 반등을 점쳤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최대 금 소비국가인 중국과 인도의 수요가 탄탄하다는 점도 금값을 지탱해주는 요인이다.
영국 귀금속 컨설팅 업체 골드필즈 미네랄서비스(GFMS)가 발표한 2013년 금 수요조사 보고에 따르면 금값이 떨어질수록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금 매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실제 올 상반기 중국이 구입한 귀금속은 620톤으로 지난 한해 동안 구입량 500톤을 크게 웃돌았다.
로나 오코넬 GFMS 귀금속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말 금값이 온스당 15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출구전략 이후 위험자산 조정도 금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 S&P500지수는 급격한 조정을 겪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