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정원 측이 여직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당시 이광석 수서경찰서장(현 서울지하철경찰대장)에게 십여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경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김용판 전 서울청장 측이 경찰 내부의 수사기밀문서를 빼돌려 유리한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는 검찰의 지적도 제기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진행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판에서 검찰 측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서장에게 지난해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이 처음으로 불거진 지난해 12월11일 국정원 신모씨와 통화한 경위를 물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당시 국정원 직원 신모씨가 두세차례 전화를 걸어 '국정원에 보고를 해야한다'며 수사상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러나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면서 수사상황을 말해줄 수 없다. 이 사안은 국정조사나 특검까지 갈 수 있으니 전화하지 말라고 일렀다"고 말했다.
검찰이 확보한 통화내역조회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11일부터 수서경찰서가 국정원댓글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시점인 12월16일까지 이 전 서장과 신씨는 10여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검찰은 "가장 민감한 시기인 작년 12월11일부터 보도자료 발표시기인 16일까지 십여차례 통화를 했는데, 증인(이 전 서장)이 단호하게 대처했다면 10여차례나 통화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신씨와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 만나는 사이이고, 개인적으로 (나를) '형님형님' 부르는 사이였다"며 "부탁을 한 것이지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 전 청장의 변호인 측이 증거로 제출한 문건이 수서경찰서 내부 수사기밀에 해당하는데, 이를 확보한 경위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해당 문건에서 당시 지휘검사가 '사실상 범죄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상황이고, 김 직원의 사생활 침해를 문제로 기각한 것은 부수적 이유가 아니었냐'며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 신청 기각사유를 거론한 대목을 공개했다.
검찰 측은 "수사관련 기밀 문서인데 검찰에 제출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법원에 사실조회를 거치지 않고 변호인이 확보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국회 국정조사를 거치면서 이 사건과 관련한 조직적인 사실 은폐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료가 제공된 점이 있었다는 게 불거졌다"며 입수경위를 설명하라고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앞으로 서면 하나하나에 절차를 밟겠다"고 말하고, 해당 문건의 입수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경찰 내부의 수사기밀문서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고, 변호인 측은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김 전 청장의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7일이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