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정부옹호 게시글, 종북세력 가리기 위한 미끼"

입력 : 2013-09-23 오후 5:29:23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대선개입 의혹을 받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9)는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작성해 올린 이유는 이에 반대하는 인터넷 사용자를 종북세력으로 결론내리기 위해서였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재판부는 정부여당에 동조하는 글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으나, 김씨는 종북세력의 반응을 보기 위한 '낚시글'이었으므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부 정책과 여당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되, 이는 "반대 댓글이 달리는 반응을 보기 위해 미끼로 작성한 낚시글"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러한 글을 하루에 3~4건을 작성했고, 반대 입장을 보이는 댓글이 달리면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종북세력의 인터넷활동을 파악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북에서 쓰는 어투가 댓글에서 나오는 등 특이한 사항을 보고했고, 자주 보이는 게시자 같은 경우에는 닉네임을 타고 들어가 (지난 행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야당에 반대하는 글이 대부분으로 보이는데,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지 말하는 지침이 내려온 마당에 일관되게 정부정책이 옳다는 글을 올리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씨는 "북의 선전선동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정치와 선거에 관련한 것이 아니라 안보활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날 검찰은 김씨는 대선개입 관련해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의 상관의 존재를 감추려고 시도했다고 캐물었다.
 
이날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외부 조력자 이모씨를 작년 여름 처음 만났다고 말했으나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씨는 외부인으로 국정원에 고용돼 매달 300만원을 받고 심리전단과 함께 사이버 활동을 수행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 당시 "이씨를 2012년 2~3번 만나 그에게 '오늘의 유머' 아이디 5개를 만들어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씨를 2013년 1월 처음 만났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의 상사와 변호사, 이씨를 함께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며 김씨가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상사의 존재를 숨기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가 번복한 것"이라며 "수사 상황이 언론에 많이 노출돼 거짓말을 했다. 검찰 조사에서 사실 관계를 바로 잡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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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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