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다국적제약사들이 정부의 약가인하 개선안에 대해 ‘시장 철수’까지 언급하면서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한 품목에서 전년 대비 10% 이상 판매량 증가율을 보일 경우, 평균 2.8%의 약가를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용량 약가연동제’를 발표했다.
현행 기준은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율 의약품에 한해 약가를 인하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하대상 폭이 대폭 늘게 됐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이 같은 ‘사용량 약가연동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품목들을 많이 갖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들로서는 부담되는 적용률이다.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다국적제약사 약가담당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한국시장에서의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손해 보면서 약을 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사실상의 최후 엄포를 놨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의약품 적응증이 하나하나 늘 때마다 약가가 깎이고 있는데, 또다시 약가인하 폭을 줄이면 회사 경영자 입장에서 사업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적극적인 소송 동참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품목 철수까지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개정안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개선안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역시 정부의 이번 약가인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KRPIA는 특히 이번 개선안은 업계 주요 제품 가격이 매년 인하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KRPIA 관계자는 “유망 신약의 경우 등재 후 5년 이내 20~30% 정도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제약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 국내 제약산업 전체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고, 우수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약가제도 개선안은 제약강국 실현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에 비해 신발 속 돌멩이가 들어 있는 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