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남 창원시가 옛 육군대학 터로 결정한 신축야구장의 입지를 변경해달라고 공식요청했다. 더불어 KBO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신축구장 부지로 진해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도 함께 발표했다.
KBO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창원시에서 신축야구장과 관련해, 세 차례에 걸쳐 수행한 용역 가운데 구 진해 육군대학 부지(이하 육군대학)를 최적 후보지로 선정한 마지막 3차 용역보고서(제목 : 창원야구장 신규건립에 따른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이하 '3차 보고서')의 타당성과 공정성, 신뢰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선정 과정에서 타당성과 공정성,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구 진해육군대학부지에 대한 변경을 창원시에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시의 입지 선정에 대해 KBO가 자체 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KBO는 "분석 결과 창원시의 '3차 보고서'는 크게 1. 평가기관의 문제 2. 평가요소 및 지표 산정의 타당성 문제 3. 평가점수 부여의 공정성 문제 4. 평가의 신뢰성 문제 등을 포함해 무수하게 많은 문제점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마산야구장. (사진제공=NC다이노스)
◇KBO "전문가와 창원시민, 신축 야구장은 진해보다 창원·마산 낫다고 판단"
창원시는 지난 7월 KBO의 정보공개요청에 따라 '3차 보고서'를 KBO에 제출했다. KBO는 (사)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에 해당 보고서 내용의 정밀분석을 의뢰했고, 학회는 최근 KBO에 제출한 '창원시 신축야구장 부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 최종보고서에 '3차 보고서'에 분석 결과를 담았다. KBO는 24일 보고서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 참여자는 연구 책임자인 조송현 교수(부산대 체육교육과)를 포함해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소속 교수 4명이며, 조사는 기존의 유사한 문헌 및 선행연구를 토대로 신축구장 부지의 입지선정 평가요인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보고서는 "창원시민과 전문가 대다수가 NC구단 신축구장이 진해 지역보다 창원이나 마산 지역에 건립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결론을 내놨다. 진해 육군대학 터가 아닌 창원종합운동장 옆 보조경기장(이하 창원보조경기장) 또는 마산종합운동장 부지(이하 마산종합운동장)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조사 연구팀은 창원, 마산, 진해 등 3개 지역과 6개 최종 후보지(창원시 실시 3차 신규건립 타당성조사 대상인 창원, 마산, 진해 각 2개 지역)을 대상으로 각각 평가한 결과를 점수로 환산하는 한편 (통합)창원시민 809명, 마산구장 관중 546명, 프로야구 전문가(학계 및 현장)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우선 연구진 4명이 인구사회학적 요인과 외부 경제적 요인 등을 고려해 실시한 3개 도시에 대한 평가에서는 (구)창원 92점, (구)마산 79.5점, (구)진해 55점으로 (구)창원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구)진해가 압도적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교통 접근성, 내부 경제성, 실현 가능성 등의 요인을 바탕으로 하여 실시한 6개의 최종 후보지역 평가에서는 마산종합운동장이 89.5점으로 1위, 창원보조경기장이 88.5점 2위로 각각 평가됐다. 반면 진해 육군대학은 75점으로 공동 4위에 그쳤다.
또한 도시평가와 후보지역 평가를 합산한 최종 평가에서는 창원보조경기장과 마산종합운동장이 각각 181점과 164점으로 1위와 2위로 평가받았다. 반면 진해 육군대학은 130점으로 다른 지역보다 크게 뒤쳐진 5위에 머물렀다.
각종 설문조사에도 진해 육군대학은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프로야구 전문가 60명의 설문조사 결과는 진해 육군대학이 50.93점으로 창원보조경기장(89.23점), 마산종합운동장(82.30점), 마산실내체육관 인근(78.67점), 창원병원 옆 공한지(76.48점), 진해화학부지(53.20점)에 비해 낮은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창원시민, 마산구장 관중 등 총 1355명을 대상으로 3개 후보지(창원보조경기장, 마산종합운동장, 진해육군대학)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진해 육군대학은 최악으로 나타났다.
창원시민 80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창원보조경기장(1814점)과 마산종합운동장(1773점)이 박빙을 보였고, 진해육군대학(1279점)은 커다란 차이로 밀렸다. 마산구장 관중 5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역시 마산종합운동장(1394점), 창원보조경기장(1210점), 진해 육군대학(677점) 등의 순이었다.
관중 증감여부에 있어 증가 가능성은 창원보조경기장(42.2%), 마산종합운동장(38.2%), 진해 육군대학(18.3%) 순서로 나타났고 감소 가능성은 진해 육군대학(55.1%), 창원보조경기장(17.1%), 마산종합운동장(16.4%) 순이었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홈구장 입지로 창원시가 발표한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 (사진제공=창원시)
◇KBO "창원시 신축 야구장 용역보고서, 심각한 문제 드러나"
KBO는 창원시가 야구장 신축에 대해 세 차례 수행한 용역에 있어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최적 후보지로 선정한 마지막 3차 용역보고서의 타당성, 공정성,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를 통해 전달받은 '창원시 신축야구장 부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 최종 보고서에 '3차 보고서'에는 <내용타당도> 분석 결과도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시의 3차 보고서는 크게 평가기관의 문제, 평가요소 및 지표산정의 타당성 문제, 평가점수 부여의 공정성 문제, 평가의 신뢰성 문제 등을 포함해 무수히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의 보고서는 우선 평가기관 문제를 짚었다. 3차 보고서는 스포츠산업·프로야구와 무관한 ㈜경화엔지니어링, ㈜포스코에이엔씨건축사무소, ㈜한국경제기획연구원 등 3개의 기관이 작성했다는 것이다.
또한 표본 설정에 따른 문제도 거론됐다. 신축 야구장의 위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창원시민 외에 연고도시와 무관한 부산·김해·울산 등지의 주변도시의 접근성을 기준으로 평가했고, 창원시민의 선호도를 조사함에 있어 실제 지역별 인구비율(창원 46.2%, 마산 37.6%, 진해 16.2%)을 무시하고 세 지역의 조사 비율을 비슷하게 구성했다는 것이다.
표본분석 측면에 있어서도 왜곡된 모집단의 구성에도 창원·마산 선호도가 높게 나온 결과를 전체 16가지 평가 항목 중 하나로 분류해 그 의미를 축소했고, 관중의 동원 가능성을 평가하는 항목(인구수, 인구밀도, 인구비율과 경제규모, 주변지역 연계성 등)은 아예 배제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여도보정지수'란 변수를 작용해 왜곡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반적인 평가 보고서의 양식과 달리 창원시의 3차 보고서는 조사 설문지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평가 참여 인원의 인적 구성은 물론 구성 인원의 수조차 발표되지 않았으며, 상세 기준 대신 우수-보통-미흡의 3단계로 구분해 연구자 자의적 판단에 의해 평가한 것은 연구의 객관적 신뢰성을 지니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KBO는 만약 창원시가 기존입장을 고수하면 NC의 연고 이전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창원시가 NC를 '잡아놓은 물고기'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면서 연고지의 박탈 가능성도 재차 강조했다.
KBO는 이번 달 안에 창원시에 부지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공식 발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