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은마아파트 단지 옆 학원가를 따라 걷다 골목길로 접어들면 저층 다가구·다세대주택 밀집지역 '구마을'이 나타난다.
강남 노른자위 대표적인 '미개발지'로 꼽히는 구마을은 최근 재건축 호재에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매수 문의가 늘고 급매물이 일부 소진되긴 했지만 재건축이 본격화 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구마을 일대 다가구·다세대 주택(사진=최봄이 기자)
지난 16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승인으로 구마을 1·2·3지구가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5월 기반시설 설치계획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역지정이 잠정보류된 후 4개월만에 구역지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현대, 우성2차 아파트 등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투자 유망지로 주목받으며 개발압력이 높았지만 10년 넘게 재개발 추진이 지지부진 했다.
지난 25일 오후 찾은 구마을은 대치동 학원가의 번화한 분위기와 달리 한적하고 평온한 분위기였다. 미용실, 슈퍼, 세탁소 등 작은 상점들에서 주민들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엔 수업을 마친 학생들만 삼삼오오 모여있다.
1지구 초입에 위치한 530년된 은행나무 밑에선 몇몇 주민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커다란 고목 밑에는 정비구역 지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조합원이 설치한 것과 함께 건설업체에서 내건 현수막도 눈에 띈다.
◇대치동 구마을1지구 초입에 내걸린 현수막(사진=최봄이 기자)
미용실에서 만난 주민 김모(42)씨는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것 같더니 서울시에서 (구역 지정을) 승인해줬다니 잘 된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업이 잘 돼서 더 넓고 깨끗한 집에서 살게 되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도 문의전화가 늘고 일부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W공인중개소 대표는 "확실히 문의전화도 늘고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3.3㎡당 평균 시세는 2700만~3300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 결정 전 2500만~3000만원보다 약 30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지구지정이 해제되는 곳도 속속 나오고 있지만 대치동 구마을은 비교적 재건축에 대한 주민 찬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올해 초 서울시에서 실시한 주민 사업찬반투표 결과 88.8%가 사업 추진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사업 초기인데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시장 반응이 적극적으로 나타나진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돼야 외부 투자문의도 늘고 분위기가 살아날텐데 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며 "그동안 재건축이 지지부진하면서 주민들도 한동안 재건축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마을 종합 정비계획도(자료=서울시)
재건축이 완료되면 구마을 1·2·3지구 1만4833㎡ 일대에 최고 15~18층 규모 공동주택 979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전체 세대 중 82%(805가구)가 전용 85㎡이하 중소형이고 전용 60㎡ 이하 소형아파트도 309가구(32%) 건설될 예정이다. 소형주택 중 8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구마을 재건축 청사진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재건축 절차 상 지자체의 구역지정은 사실상 사업 '준비'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후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 인가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과정이 남아 있다.
재건축에 무관심하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주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은행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한 노인은 "재건축을 하려면 이주를 해야 하고 목돈도 들여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다"며 "재건축이 되면 계속 이 곳에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다른 주민은 "나는 월세로 살고 있어서 사실 재건축에 별 관심이 없다"며 "그나마 이곳 월세가 저렴했는데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