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기초노령연금이 대선 공약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공약을 축소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정부의 최종안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의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기간에 따라 매월 10만~20만 원을 차등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가 이번 예산안에 반영한 기초연금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노후에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국가가 제공하되 다음 세대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만든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면서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약속한 내용과 일정 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당초 관측과 달리 "유감"을 넘어 "죄송한 마음"이라고 표현한 것은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언의 수위를 높이면서도 정부가 마련한 최종안이 불가피했음을 강변한 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처가 파문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정책의 '신뢰'를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국민과 했던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한 후폭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전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기초연금 공약 이행을 자신했던 것부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의 3차 TV 토론에서 "이번에 제가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꼭 이것(기초연금)은 실행을 하려고 한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다.
당시 문 의원이 "이제 선거 때 되니까 (기초연금을) 2배로 올린다고 하는데 새누리당 정부 때 진작 올렸어야 하지 않았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더 완벽한 노인소득보장을 저는 이번에 공약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저는 오래 전부터 주장을 해온거고 꼭 실시를 하려고 했는데 기초연금에 대해선 지난 정부에서 제가 보건복지위에서 주장을 하고 그래도 잘 안 됐다"며 "그래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말들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 및 수혜자에 대한 금액의 차등 지급이라는 명백한 공약 후퇴·축소로 인해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이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대선 전 발간한 공약집에서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약 2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여 지급한다"고 했던 약속도 거짓말로 확인됐다.
또 박 대통령이 "죄송한 마음"을 전한 형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대국민 사과' 차원이 아니라, 국무위원들을 앉혀놓고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기에 그렇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이미 발끈하고 나선 상황이고, 박 대통령의 최근 국정 지지율이 3자 회담 결렬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여서 공약 파기 후폭풍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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