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SK, '현상유지' 안간힘

입력 : 2013-09-29 오후 6:32:21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SK그룹이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에 이어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마저 실형을 선고 받고 동반구속 되면서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으로 변했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따로 또 같이 3.0’이 가동되고 있기는 하나 의사 결정의 제약으로 인해 사실상의 비상경영체제에 불과하다는 게 재계 중론.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현상 유지가 최대 목표라는 얘기가 비중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지난 27일 회삿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최악의 결과였다.
 
두 사람은 곧바로 법정 구속됐으며 방청석을 가득 메웠던 SK그룹 관계자들은 오랜 시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일부는 고개를 떨궜고, 일부는 멍하니 한숨만 내쉬었으며, 일부는 다급하게 휴대전화로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사건의 열쇠를 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전날 국내로 전격 송환되면서 변론 재개 등 일부 기대도 있었으나 끝내 반전은 없었다.
 
이날 SK그룹의 에너지·발전사인 SK E&S는 STX에너지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최종 결정했다. SK 관계자는 “1조원에 달하는 STX에너지 인수전에 뛰어들려면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이를 감당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규 사업 등은 사실상 올 스톱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SK E&S의 대표이사(부회장)기도 한 최재원 부회장은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최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한 에너지 발전 사업을 그룹의 주춧돌로 끌어올릴 채비를 준비해 왔다. 기존 그룹의 양대 축이었던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극히 부진한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 확보는 그룹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이기도 했다.
 
최 부회장이 주도해 온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에 전기차 1만대에 공급 가능한 자동화 양산라인을 갖추고, 지난해부터 가동을 본격화했으나 추가투자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물론 지난 2011년 그룹에 새로 편입된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그룹의 노른자위로 떠올랐지만 반도체의 특성상 또 다른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이 인수를 주도한 만큼 향후 이어질 설비투자 등에 있어서도 그의 의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하이닉스 관계자 설명이다.
 
결국 그룹의 미래로 불리던 글로벌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각각 담당했던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옥중 신세로 전락하게 됨에 따라 해당사업의 진로는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SK 관계자 공통의 설명이다. 자칫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곧 현상유지 쪽으로 경영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을 높음을 의미한다. 김창근 의장은 최 회장 형제에 대한 항소심 선고 직후 각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모아 “사상 최대 위기로 신규 사업 등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프로젝트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각 CEO가 주도가 돼 일상 사업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SK로서는 최 회장 형제의 구속 수감으로 한층 악화된 여론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무엇보다 27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이 최 회장 형제를 두고 “거지”로 표현하는가 하면, 허위자백에 대한 강한 질책과 함께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에 대해서도 “가관”이라고 말해 재판부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성 이면에 있었던 전략의 대가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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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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