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횡령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김기성 김영택기자] SK그룹이 10년 만에 수장을 다시 잃게 됐다. SK그룹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충격에 빠졌다.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횡령 혐의를 적용,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업 윤리를 도외시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한 채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경우 경영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면서 “이는 다수의 이해 관계인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신뢰를 저해함으로써 경제질서를 위태롭게 하므로 엄정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전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법원으로부터 배임 혐의와 관련해 원심이 파기환송되며 일단 위기는 모면했다. 한화그룹은 집행유예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으나 대법원의 엄벌 의지가 강해 또 다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SK그룹은 전날 김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실낱 같은 희망을 기대했다. 특히 전날 밤 이번 사건의 핵심증인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긴급송환되면서 변론 재개를 요청, 재판에 변수로 작용하길 희망했지만 재판부는 단호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이후 특별사면을 통해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날 최 회장이 10년 만에 다시 구속되면서 SK그룹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겉으론 차분한 분위기지만 충격에 휩싸인 듯 침통한 분위기마저 감추진 못하고 있다. 속보로 전해지는 뉴스에 귀 기울이며 탄식을 자아내는 임직원들도 보였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김창근 부회장을 최고 의결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 내부전열 재정비에 애써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여건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최 회장의 구속으로 SK그룹은 신성장 동력 사업과 해외 프로젝트 등 사업 전반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특히 최 회장이 현안을 챙겨왔던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경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두 사업 모두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써 대규모 투자가 꾸준히 집행돼야 하기 때문에 최 회장의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새로 그룹에 편입된 하이닉스만이 제 역할을 해 줄뿐, 양대 축이었던 텔레콤과 이노베이션은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구속으로 SK그룹은 장기적으로 사업 전반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특히 우리나라 기업구조와 문화 특성상 최 회장의 공백은 SK그룹에 치명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