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창원시, NC에 손해보전 지원책 마련한다

입력 : 2013-09-30 오전 11:31:47
[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창원시에게 야구장은 통합시의 상징물이다. 진해가 아닌 다른 곳에 지을 계획은 전혀 없다. 막상 완공되면 모두 감탄할 것이다. 지금 비난하던 사람들이 어떤 반응으로 입장을 싹 바꿀지 궁금하다. 다만 야구계에서 흥행성과 접근성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걱정한다면 시가 가능한 한도에서 최대한 도울 방법을 찾겠다."
 
신규 야구장 건립을 두고 창원시와 야구계의 갈등이 커져가는 가운데 창원시가 NC에게 "진해구장 이전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경우 창원시 차원에서 일정부분을 지원하겠다"는 카드를 내밀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창원시의 "새 야구장을 진해구의 옛 육군대학 부지에 만들겠다"는 기존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다.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창원시는 새 야구장을 진해에 만들되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가 우려하는 흥행성과 접근성의 보완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설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같은 창원시의 변화는 그동안 원론적 입장만 내놓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NC가 보도자료를 통해 강경하게 구단의 의사를 내기 시작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야구 팬심'을 너머 '지역 민심'의 일부인 NC의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내년 6월4일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홈구장 입지로 창원시가 발표한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 (사진제공=창원시)
 
◇야구계, 창원시에 야구장 입지변경 잇따른 공식요청
  
지난 2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초 (사)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에게 의뢰해 최근 제출받은 '창원시 신축야구장 부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후 야구계는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경남 창원시에 새 야구장의 부지 변경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25일 프로야구 원로선수 모임인 일구회와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한은회)는 일제히 KBO의 야구장 입지 변경 요청을 즉각 거절한 창원시를 강하게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구회는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창원시는 NC를 유치 이후 달라졌다"며 "프로야구에 대한 창원시의 진정성을 믿었으나 창원시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를 유치한 뒤 신축 구장 부지 선정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그간의 약속과 야구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한은회는 "접근성은 프로야구의 절대적인 조건인 흥행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창원시가 선정한 진해 육군대학부지는 다른 지역은 물론, 창원시민 조차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곳이다. 홈구장을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에 짓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역 프로야구선수들의 모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같은날 보도자료를 통해서 "창원시의 야구장 부지선정 과정의 총체적인 부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창원시에 '시민들과 야구팬을 위한 최적의 야구장 부지를 선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급기야 그간 명확한 입장표명을 꺼리던 NC도 나섰다. NC는 25일 "KBO 발표 결과를 보며 실망과 좌절을 금치 못한다. 기대하며 기다리던 새 야구장의 입지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결정됐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라며 "창원시와 시장께 새 야구장의 입지 변경을 공식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가 현재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마산야구장 중앙 탁자석 모습. (사진=이준혁 기자)
 
◇창원시, NC 마음돌리기 첫 카드는 '손해 보전'
  
하지만 창원시는 진해구 옛 육군대학 부지에 새 야구장을 짓기로 한 결정을 변경할 의사가 전혀 없다. 
 
24일 KBO 측의 보고서 발표가 이뤄진 야구회관에서 이용암 창원시 새야구장건립사업단장은 "돌이키는 것은 불가하며 (야구장 건립에) 진해구민 기대도 상당한 만큼 또다른 갈등을 부를 수 있다"며 "확정입지의 변경은 불가능하다. NC가 우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당히 난감할 것이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조철현 창원시 행정국장도 창원시청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야구장 입지문제 재론은 야구장 건립에 도움되지 않을뿐 아니라 건립 지연을 부르는 '소모전'"이라면서 "재론 여지가 없다. KBO의 재조사 용역 결과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 국장은 "야구장 건립의 의사결정과 예산투입, 건립 등은 온전히 창원시 고유사무이고 지자체장 권한과 책임으로 이뤄짐을 밝힌다"면서 "KBO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을 요구하는 등 마치 감독기관인양 한다. (KBO 등 야구계는 입지 선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창원시는 야구계의 최근 잇따른 성명서 발표 이후 야구계 우려를 일부 수용해 절충안을 내고자 한다. 이중 하나가 NC에 대한 '손해 보전책 마련'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진해 입지가 나쁠 이유가 없다. 마산구장 시절보다 관중이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야구계가 끈질기게 진해를 격오지처럼 폄하하며 흥행성을 의심하기에, 우리(창원시)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손해 보전은 한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해에서 이뤄진 야구 경기가 기존 마산야구장에서 하는 경기에 비해 손해가 발생하면 창원시가 손해액의 일부를 여러 방법으로 NC에 보전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표 구입 및 광고 등 직접 보전책과 야구장 연간임차료 할인 등 간접 보전책으로 나뉜다. 
 
창원시는 우선 진해구에 지을 새 구장 관중수가 마산 당시보다 줄어들 경우 일부분을 시가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안과 관련된 관계 법규를 검토 중이다. NC와 야구계가 우려하는 야구계 '흥행 저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현재 대기업 계열 야구단은 그룹 계열사가 평일 경기의 표를 사서 계열사 직원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창원시는 계열 야구단이 있는 대기업의 계열사처럼 표를 사서 지원하거나 야구장에 창원시의 광고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등은 관계 법규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창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보조 기준치는 최근 몇 년의 마산구장 평균 관중수가 가장 유력하다. "손해볼 가능성도 없지만, 진해 신축 구장으로 옮길 경우 마산구장 시절보다 NC가 손해보지 않게 하겠다"는 발언과 맥락을 함께 한다.
 
◇진해선 구간을 운행 중인 통근열차. (사진=이준혁 기자)
 
◇흥행성 증진을 위한 접근성 확충 목적의 '맞춤버스'·'야구열차' 운행
  
야구계가 진해 입지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은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정도로 옛부터 '천혜의 요새'로 불리는 진해구는 마산·창원 지역과의 연계가 어렵고 터널이 뚫린 현재도 상습 정체로 이동 시간이 적잖게 걸린다. 해발 600m 전후 봉우리의 높은 산인 장복산이 마산·창원 시가지와 진해 시가지를 갈라놓고 있는 상황에서 터널은 장복터널과 안민터널이 전부이며 상습정체 구간이기 때문이다. 
 
야구계는 "(평일 경기일 경우) 직장인이 퇴근하고 야구장에 도착하면 이미 5~6회가 진행 중일텐데 누가 가겠느냐"고 우려한다. 평일 경기는 오후 6시30분 시작되는데 1시간의 도로 정체를 뚫고 야구장에 도착해 표와 먹거리를 사서 입장하면 이미 경기 중반일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러한 이유로 진해구장 직관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창원시는 이에 대해 서울에서 시행 중인 맞춤버스 운행으로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진해구장서 열리는 야구 경기가 있는 날짜에 맞춰 창원시 주요지점서 출발하는 맞춤버스를 운행해 야구장까지 신속하게 오가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버스는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운행을 계획 중이다.
 
마산역을 출발해 창원역과 신창원역을 거쳐 진해역까지 운행하는 진해선 열차선을 활용한 '야구열차'의 운행도 추진하고 있다. 통과하는 도로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버스보다 훨씬 확실한 접근성 증진 방안으로, 창원시는 이와 관련해 이미 코레일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창원시는 "열차를 전세해 창원시와 야구·NC의 이미지를 도색할 계획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매우 적극적이다.
 
현재 진해선에는 군항제 기간 외에는 하루 두번만 여객열차가 운행 중이며 진해역까지 가는 소요시간은 마산역 33분(선로변경 문제로 창원역서 5분 정차), 창원역 22분, 신창원역 16분이다. 
 
창원시는 NC의 홈경기가 있는 날에 마산역에서 진해역까지 가는 임시 열차를 운행할 계획임은 물론 야구장과 가까운 지점에 임시역을 설치할 계획이다. 실제 실현될 경우 신창원역~진해구장 구간의 이동 시간은 20분으로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창원시의 설명이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신창원역에 오는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퇴근이나 하교한 이후 30~40분 정도 시간에 야구장 입구까지 다 닿는다는 것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시에게 야구장은 통합시의 상징물이다. 진해가 아닌 다른 곳에 지을 계획은 전혀 없고 야구장이 세워질 부지의 이전은 생각조차 않고 있다. 진해구장 운영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야구계는 진해구가 사람이 살기 어려운 산간 벽지로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이같은 폄훼와 오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창원시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새로운 좋은 야구장을 건설할 것이다. 막상 완공되면 모두 감탄할 것이다. 지금 비난하던 사람들이 어떤 반응으로 입장을 싹 바꿀지 궁금하다"며 "야구계에서 흥행성과 접근성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걱정한다면 시가 가능한 한도에서 최대한 도울 방법을 찾겠다. '야구열차'와 '맞춤버스'는 한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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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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