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1일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회장(사진)을 만나 그룹 재편 등 주요 현안을 보고하기 위해서다.
1일 복수의 재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는 이날 오후 일본행 전용기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IOC 총회 참석차 미국을 경유, 아르헨티나로 떠났던 이건희 회장은 현재 일본에 머물며 그룹 승계 등 큰 틀의 경영구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입원하는 등 건강이 악화된 점도 일본행의 배경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최근 단행된 일련의 계열사 재편들이 이 회장의 구상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모직이 모태인 모직(패션사업)을 떼고 핵심소재 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나, 삼성SDS가 삼성SNS 합병에 나선 것 등이 모두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함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또 연말 있을 사장단 인사에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패션사업이 이양된 에버랜드로 이동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에버랜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지분(8.37%)을 들고 있는 이서현 부사장마저 사장으로 승진 포진시킴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두 사람에게 그룹의 후계자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인식시키는 것으로, 이재용 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 사실상의 지주사로, 이 부회장이 지분 25.10%를 보유해 최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지켜보고 직접 경험하기도 했던 이 회장이기에 이에 대한 우려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3남인 이 회장은 숱한 난관을 거쳐 그룹 후계자로 낙점됐다. 명확한 후계구도의 필요성을 체화하고 있는 이 회장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형인 이맹희씨와의 상속소송 항소심 공판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장의 왜곡된 시선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과 삼성중공업이 직접 연관된 태안사태 마무리 등도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전자에 편중된 그룹의 균형점(밸런스) 회복과 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의 난맥도 이 회장으로선 짐이다. 모든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이 회장이기에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한편 그룹 수뇌부의 일본행을 묻는 질문에 삼성그룹 관계자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